###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메멘토 모리 깨닫기 입니다. ### Summary Today - 가족 함께 스타필드 - 항상 보드람, 납골당, 무봉리 순대국. 이렇게만 다니던 우리였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주말엔 스타필드 같은 곳도 가면서 시간을 보낸다. 우린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 누나, 규리, 한나, 주호 그리고 나. 이렇게 새로 생긴 수원 스타필드를 갔다. - 가는 길엔 차가 꽉꽉 막혀 있었지만, 행복했다. 생각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 [[인생의 끝에 유튜브나 인스타가 떠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하는 사람들을 더 생각해야 한다. 같이 시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 Hotcho에서 기다리다 밥을 먹었다. 어머니에겐 낯선 풍경. 그러나 어머니는 맛있다고 했다. 너무 행복했다. 어머니와 하는 이색적인 경험. 그리고 한나가 먹고 싶었던 음식. 그 모든 걸 다 갖췄기 때문에. 이런 하루를 보내니,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 Day Records - 06:10 - 07:00 늦게 일어난 주호. 몇시일까. 나는 뒤척이며 더 자고 싶었다. 어머니가 와서 주호를 안았을 때, 나는 정신이 들어서 벌떡 일어났다. 곧 밥을 줘야 한다. 자는 한나를 뒤로 하고, 부엌으로 나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정신이 들기를 기다리며 이유식을 준비했다. 금새 이유식이 준비됐다. 30분쯤 한나도 나왔다. 더 자고 싶었을텐데. 어머니 앞에서 주호가 이유식을 먹었다. 나는 화장실도 잠깐 다녀왔다. 김연수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을 보고 있었는데, 재밌을 것 같았다. 왜 예전엔 이해가 안 됐을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한나가 빨리 나오라고 해서 나왔다. - 07:00 - 09:00 밥을 다 먹은 주호랑 놀아주고, 한나는 다시 방에서 쉬었다. 8시쯤 분유를 준비해서 먹였다. 많이 먹지는 않았다. 커피를 마셨고, 바다샌드도 먹었다. 그러곤 잠깐 동안 뭘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졸려하는 주호를 재우려다가 실패했던 것 같다. - 09:00 - 10:00 가족들 하나둘 기상. 아침밥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배고프다고 말하는 시안이를 위해 김치볶음밥을 하려고 하셨다. 제가 할게요, 하고 며칠전 연습했던 대로 김치볶음밥을 했다. 시안이랑 규리가 먹어야 해서 살짝 싱겁게 했다. 시안이와 규리 입맛엔 맞았지만 매형에겐 싱거웠던 것 같다. 시안이와 규리는 사따봉을 날렸다. 역시 내 가족들 음식해서 먹이는 맛은 이런 재미 아닐까. - 10:00 - 11:00 주호가 졸려했고, 재우려고 안방에 들어갔다. 간신히 잠이 든 주호를 눕히고 나도 옆에서 잤다. 그 사이 매형과 시안이가 갔다. 40분 정도 자다가 주호가 일어났고 주호 이유식 시간이 됐다. - 11:00 - 12:20 주호 이유식을 먹였다. 새우를 다져서 넣었는데, 대웅이를 만나고 난 뒤에 다지는 것이 뭔가 고된 일이지만 멋있게 느껴졌다. 더 잘 다지고 싶어! 그러곤 나갈 준비를 했다. 어디를 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한나부터 하나둘 씻었다. 결국 수원에 새로 생긴 스타필드로 가서 밥을 먹기로! - 12:20 - 14:00 스타필드까지 가는 길이 굉장히 막혔다. 스타필드는 트레이더스하고 붙어 있었다. 아니 같은 건물에 다른 층으로 있었다. 차들이 꽤 많이 밀려 있었다. 나는 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 행복의 조건에 비싼 차가 없다는 사실. 그랬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포르쉐를 타고 스타필드를 가지 못한 게 슬프게 느껴질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포르테를 타고 가도 가족이 함께 신나게 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주호가 아빠를 연신 불러주었고, 돌아가며 주호를 돌보며 이렇게 가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행복했다. - 14:00 - 15:30 Hotcho 식당에서 웨이팅을 했다. 거의 1시간 정도. 그래도 한나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여기를 나도 가고 싶어졌다. 한나가 기분이 좋으면 우리 모두가 기분이 좋아진다. 줄을 기다리면서도 그렇고 이날 나는 메멘토 모리를 수없이 생각했다. 그랬다. 아침부터, [[메멘토 모리를 떠올렸다]]. 규리에게도 물어봤었다. 규리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 조그만 아이도 그걸 생각한다. 인스타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어때? 그건 굳이 안 봐도 돼요. 그렇다. 규리도 알고 있다. 그걸 보는 게 시간 낭비라는 걸. 진짜 중요한 걸 해야 한다는 걸 이 아이도 안다. 그런데 내가 그걸 모르면 안 되지. 가족들과 웨이팅을 하면서도 행복했다. 그러곤 맛있게 식사를 했다. 어머니에게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머니는 맛있다는 말을 계속 하셨다. 아니, 어머니는 말하는 대로의 법칙을 이미 알고 계신 거였다! - 15:30 - 16:20 스타필드에서 주호 이유식을 먹였다. 3층에 가니 유아 휴게실이 잘 되어 있었다. 주호가 밥을 먹으면서 소리를 많이 질러 눈치가 보였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가 너무 건강해보여서 좋았다.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내 새끼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쏟고 있다. 멋지다, 그런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다는 게. - 16:20 - 17:10 집으로 오는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한나는 웨이팅을 하면서 주호를 계속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역시 돌아가는 길에 또 생각했다. 좋은 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정말 중요한 건 가족이다. 가족과의 관계다. 이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다. 죽기 며칠 전, 인생을 돌아봤을 때, 좋은 차가 아쉽지 않을 거기 때문이다. 정말 큰 깨달음이다. 고맙다. [[클리어 씽킹]] - 17:10 - 18:00 집에 와서 주호를 돌봤다. 18시가 되기 전, 주호는 너무 피곤해 했다. 미리 샤워를 시켰다. 수유를 했지만 실패. 너무 먹지 않았다. - 18:00 - 19:30 매형이 왔고, 금방 짐을 챙겨서 누나네는 먼저 떠났다. 이별은 짧고, 또 아쉽다. 규리랑 더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아쉽다. 규리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참, 이번엔 시안이가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하고, 가족 보단 친구들이 좋은 그런 나이가 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리고, 누나네 가족 모두 핸드폰으로 릴스나,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뇌가 모두 바사삭 부서져 버릴까봐 걱정이다. 알게 모르게 많은 에너리를 빼앗길텐데. 그렇게 되면 일상에서 좋은 판단을 쌓을 수 없게 되는데. 걱정이다. 말해주고 싶은데, 바꾸고 싶은데 어렵다. 그러고선 나는 6시 반부터 50분 정도 잠을 잤다. - 19:30 - 20:20 어머니가 태워주셔서 재빠르게 준비해서 나왔다. 19시 37분 전철을 탈 수 있었다. 어머니가 전철 시간을 미리 보고 나가라고 알려주셔서 체크를 했는데 신의 한수였다. 다음 전철은 54분. 더운데서 기다릴 뻔 했고, 그랬다면 KTX 열차도 여유가 없었을 거다. 수원역에 도착해서 롯데리아를 들어갔다. 자리를 맡는 과정에서 우리가 더 빨랐는데 어떤 아줌마와 아들이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했다. 결국 우리가 앉았다. 그런데, 이런 것에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럴 땐,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아무런 개념어를 이 경험에 붙이지 않는 게 좋아보인다.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개념도 붙이지 않는 거다. 휘발시켜버린다. 여튼, 시간이 딱딱 맞아서 KTX에도 잘 탔다. - 20:20 - 21:30 우리 자리는 4B, 2B였다. 통로 자리였다. 내 옆자리 남자에게 한나가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느닞 물었다. 통로냐고 묻더니 안된다고 했다. 한나가 자기 옆자리 남자에게 물었는데 또 거절을 당했다. 그러곤 내가 주호를 안고 있었는데, 주호가 깨버렸다. 밥을 타고, 밥을 먹이고 해도 안되는 와중에, 한나 옆자리 남자가 미안하다며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고마웠다. 뒤늦게라도 그런 말을 해줘서. 한나가 주호를 안고 자기 시작했고, 나는 밀린 옵시디안 기록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놀라운 걸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오늘 했던 일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순간이 다 좋았던 게 분명한데, 왜 뭘했는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다 기억이 나지 않을까. 아니면 뭔가를 하지 않았던 걸까. - 21:30 - 23:50 배가 아픈 한나를 대신해서 내가 주호를 안고 왔다. 중간에 10시가 됐을 무렵, 뭉쳐야 찬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다시 생각해봤다. 메멘토 모리. 그렇다면 지금 주호 얼굴을 더 보고, 이 온기를 느꼈던 감정이 결국 기억에 남을 거다. 아니, 이걸 하지 않는다면 내가 더 아쉬울 거다. 그래서 주호를 안고 있었다. 그러다 한나가 주호를 안았을 때, 잠시 뭉쳐야 찬다를 보게 됐는데, 내가 이렇게 계속 상기하려고 노력해도, 메멘토 모리가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매일매일 더 노력해야 한다. 메멘토 모리. 집에 오는 길도 메멘토 모리였다. 자정이 다가오자, 정말 인생이 끝날 것 같다는 그런 착각도 들었다. 주호를 끝까지 케어하고 밥을 올렸다. 내일 먹을 이유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준비를 다 해놓고 잠을 잤다. 행복했던 하루. 신이시여, 내일 하루를 더 제게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