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포항강철 마라톤 참여 입니다.
### Summary Today
- 한나의 내조와 강철마라톤
- 포항에서 열리는 강철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멀기도 하고, 주호의 밥시간도 그렇고 이걸 참여하려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가 도와줬다. 요즘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도와주고 싶었다고. 우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포항까지 갔고, 거기 스타벅스에서 한나는 주호를 데리고 나를 기다려줬다. 강철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했다.
- 최근 운동을 하지 않아서, 뛰어서 완주를 하진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끝까지 해낸 게 자랑스럽다. 많은 일을 해냈던, 앞으로도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된 하루였다.[[03 스팟 프로젝트/마라톤/마라톤 도전/제8회 포항철강마라톤 대회]]
### Day Records
- 04:00 - 05:00 주호 기상.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있었다. 한나가 나와서 더 재워보지, 라고 말했다. 보통은 한나는 이 시간에 나와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했다. 혹시, 포항철강마라톤에 같이 가려고..? 나는 괜찮다고 일어나겠다고 했다. 그러고선 파이썬와 챗GPT로 주식 종목 추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주식 자동 매매 프로그램 개발]]에서 [[주식종목 추천 프로그램 첫 개발]]을 확인.
- 05:00 - 06:10 한나가 씻는 소리가 났다. 혹시나 했는데, 포항을 가기 위해서 그랬던 거다. 나를 도와주려고. 내가 가고 싶어하는 눈치인지 확인해보더니, 너는 꼭 너가 하고 싶은 걸 하지? 그렇게 툴툴 대면서 츤데레처럼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5시 30분에 주호 밥을 먹였다.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씻고 준비를 하고. 정말 어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06:10 - 08:00 포항까지 가는 길. 한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몇번이고 말했다. 지난 번 계곡 때, 불확실한 곳에 간다는 게 뇌에서는 부담을 느껴서 미루기만 하는데, 그때 가서 정말 여행 같다고 느꼈다고. 이번에도 여행을 가는 것 같다고. 그리고 이렇게 하기 싫은 걸 자꾸 함으로써 뇌가 더 똑똑해지고 더 나아진다고. 그런 말을 했다. 주호가 찡찡대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언니 이야기를 자꾸 했는데, 언니 차가 벤츠 전기차 SUV였다고. 좀 한나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게 느껴진다. 언니의 엄마는 서울 사모님 같은 분이셔서 자신의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08:00 - 08:50 중요한 변수는 주호의 똥이었는데, 주호는 똥을 싸지 않았다. 우리는 영일대해수욕장 스타벅스에 도착. 차를 세워놓고 자리를 잡았다. 8시부터 열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한나는 나를 기다려야 한다. 고마운 마음에 이것저것 시키라고. 이따가도 시키라고. 주호를 재워놓고 가려했는데, 한나가 재우겠다고. 나는 출발선으로 떠났다.
- 08:50 - 11:00 마라톤은 정말 힘들었다. 5km까지는 쉬지 않고 뛰었다. 70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는데, 심박수가 이상했다. 170~180을 오가고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이 상태로 1시간을 뛰게 되면 정말 힘들다. 거의 무산소 운동이기 때문이다. 더워서 그런가.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게 내 뇌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 집중력을 키운다. 하기 싫은 일을 해내게 한다. 6km 지점쯤 갔을 때 뛸 수 없었다. 너무 어지럽고, 탈수도 오는 것 같았다. 걷기 시작.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이렇게라도 완주를 하자. 지금 내가 가진 카드로 최선을 다해보자. 다음엔 더 나은 몸을 만들어오자. 괜찮다. 훌륭하다. 그런 생각으로 가다 7km쯤 한나와 주호가 스타벅스에 있는 걸 봤다. 이 장면이 드라마틱했다. 힘들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한나가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순간 힘이 났다. 더 뛰자. 할 수 있다. 내 가족에게 가는 길이다. 그러나 200~300미터 정도 달리고 다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을 지키는 건 체력이라는 느낌. 그런 교훈이었다. 의지로만은 안 된다.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다시 걷다가 1km 정도 남았을 때 달리기 시작. 완주에 성공했다. 80분 정도의 기록이었다. 한번도 훈련을 안 하고, 잘해냈다. 골인 지점 250m에서 한나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완주 거의 다 했네, 끝까지 잘하구와! 나중에 물어보니, 앰뷸런스 오가는 거 보면서 걱정돼서 한 거라고. 흑흑[[03 스팟 프로젝트/마라톤/마라톤 도전/제8회 포항철강마라톤 대회]]
- 11:00 - 12:00 주호 밥을 스타벅스에서 먹였다. 나는 옷을 다 갈아입고 고마운 한나를 위해서 밥을 먹였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애기들한테 미친년들아 하면서 욕하는 엄마가 왔다. 너무 상스럽고, 격 떨어져서 놀랐다. 사람이 이상해보였다. 기록에 남길 필요도 없는 사람인데,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저런 사람은 상종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기록해둔다.
- 12:00 - 13:50 범일동으로 이동. 주호 미아방지 목걸이를 사러 바로 범일동으로 향했다. 한나가 운전을 했다. 주호는 뒤에서 칭얼대다 잠이 들었다. 나도 잠깐 졸다가 좁은 곳에서 허리가 아파서 일어났다. 한나랑 대화를 하면서 갔다. 요즘 이런 시간들이 참 좋다. 나는 뛰면서 생각했던, 뇌에 대한 이야기,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나는 범일동에서 어디로 갈지 찾아달라고 했다. 한군데를 찾았다.
- 13:50 - 14:50 주호를 안은 채, 땀 냄새가 나지만 범일동 귀금속 상가를 돌아다녔다. 한 5군데를 돌아다녔을 때, 한나가 원하는 목걸이를 찾을 수 있었다. 1.3돈이었나. 57만원. 내가 봐도 특별해보였다. 귀금속 상가엔 정말 눈이 돌아갈 만큼 멋진 금 목걸이, 팔찌들이 있었다. 정말 비싸보였다. 언젠가 나도 저런 걸 할까? 한나 기분 좋게 목걸이나 반지는 언젠가 해주고 싶어졌다.
- 14:50 - 15:40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엄청 막혔다. 코스트코의 여파였다. 주호 간식을 줘가면서 달래고 달래서 집에 왔다. 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 15:40 - 17:30 집에 도착. 주호 밥을 바로 먹였다. 진짜 강철은 이때부터였다. 강철 마라톤에서 나는 그저 고철이었다. 그렇지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힘든 몸을 이끌고 가족을 챙기고 우리 일을 하는 이때가 진짜 강철이었다. 주호 밥을 먹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과일들을 다 꺼내고, 주호를 돌봤다. 정말 힘들었고 몸이 말이 아닌 것 같았지만,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지도 않았지만 이 모든 게 이제는 너무 익숙했다. 내가 이런 하루하루에 익숙해졌고, 가족을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진짜 세졌다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 17:30 - 18:50 씻고 나서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짜내 주호와 놀아줬다. 책으로 도미노를 만들고, 탱크로 20분을 돌리고. 그러고 주호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바로 재웠다. 노래를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제보다 노래도 잘 됐다. 체력이 없어서 더 부르진 못하겠더라. 그렇게 주호를 재우고, 얌샘깁밥을 시켰다. 포항에서 맛있는 걸 못사줬으니, 저녁은 내가 맛있는 걸로. 단 떡볶이만 시키는 건 안 된다! 이럿저것 다양하게 시키고, 나는 옵시디안에 오늘 하루를 기록했다.
- 18:50 - 21:30 얌샘김밥 시켜서 먹었다. 배달이 잘못와서 한나가 전화를 했다. 환불해준다고 했나보다. 한나는 갖다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원래 환불 요청하려고 했는데 그걸 본인이 직접 말해서 그냥 갖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환불을 받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라고. 한나의 말도 일리가 있다. 김밥집 입장에서는 손님을 최대한 맞춰야 했다. 그러나 본인들이 하기 편한 방식을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일이 커진 거다. 김밥집은 나중에 미안해 하면서 다시 가져다 줬다. 나는 엄청 졸리고 피곤했다. 베라까지 시켜서 먹고, 한나가 갖고 있는 내 엽기사진을 보면서 깔깔 대다가 같이 루시를 봤다. 뇌의 사용도가 높아지면 벌어지는 일을 그려내는데, 요즘 뇌에 관심이 많은 나로써는 재밌었다. 그치만 너무 졸렸다. 주호를 내일 돌봐야 하니, 이제 자자. 여보 다 못보겠어 너무 졸리다. 오늘 하루 정말 다이나믹한 강철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