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가족 배웅 입니다.
### Summary Today
- 돌잔치의 여운
- 아침에 울어버린 누나와 화해. 냉랭했던 집의 분위기와 속상함을 감춘 어머니의 얼굴. 누나의 부어버린 눈물. 돌잔치의 여운 치고는 꽤 기억에 남을만한 아침이 아니었을까. 누나에게 나는 사과를 했다. 이날 저녁 누나에게 사과의 답장이 왔었다. 가족이구나. 이게 가족이구나.
- 장모님과 장인어른, 빛나, 이모님 함께 문스시를 먹었다. 우리가 대접하려고 했는데, 장인어른이 사셨다. 장인어른과 백화점에서 나눈 이야기. 주로 내가 준비하는 이직 이야기를 했지만, 장인어른의 마지막 악수가 기억에 남는다. 말보다 강한 믿음. 가족이구나.
### Thinking Box
### Day Records
- 05:30 - 07:00 주호가 일어났다. 나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어머니가 방으로 와서 주호를 데리고 나갔다. 20~30분 뒤에 한나도 따라나갔다. 나는 일어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7시까지 잤다.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꿈 같기도 하고, 뭔가 쎄한 느낌도 들고.
- 07:00 - 09:30 어머니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대화를 했다. 어머니도 속상하신 얼굴이었다. 누나와 어제 구체적으로 나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어머니한테 누나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누나도 모두 있는 자리에서 민망해서 그런 거에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올라갈 거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냉기가 느껴졌다. 나는 누나한테 먼저 사과를 했다. 방에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고 가족들의 부름에 아무 말도 없는 누나한테. 누나 마음을 몰라줘서 섭섭했지. 미안해. 누나 고생했어. 그리고 그 이야기는 우리 둘이 다음에 다시 제대로 해보자. 그렇게 1차로 말하고도 누나는 마음이 안 풀렸는지, 덜 풀렸는지, 그런 상태였다. 그러다 이제 씻어야 해서 밖으로 나와야 했을 때, 누나는 규리의 머리를 묶어주면서 우리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 누나에게 말을 걸면 정말 세상 못생긴 얼굴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것이었다. 아 아이스크림 먹자! 어머니도 녹차를 식탁에서 먹으면서 야, 미주야 같이 먹자. 소리를 두어번 했고, 한나는 누나 커피를 내려줬고, 누나는 계속 거절하다가 결국 웃음이 한 번 터지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점점 컨디션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누나한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번 더하고 모든 게 해결이 됐다. 나는 내가 그렇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누나한테 필요한 게 내 사과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했다. 누나가 이 민망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내 사과가 필요한 것도 있었고, 내가 누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표시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사과를 했다. 누나의 부은 눈에 아이참을 붙여주다가, 잘 붙여주면 용서해줄게 라는 누나의 말에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아이참을 붙인 눈은 정말 못생기기 그지 없었고, 그걸로 한바탕 또 웃었다. 고생했다고, 어머니와 누나가 없었으면 이렇게 못했을 거라는 말을 하고 그렇게 수원으로 떠나갔다.
- 09:30 - 10:30 한나에게 어제 있었던 누나와의 일을 다 설명해줬다. 내용보다도 이 이야기를 하던 그 순간에 우리의 기분이 정말 후련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큰 일을 치뤘다. 무사히, 잘 치뤘다.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나도 장모님이 예전에 나이트에서 만난 남자로 인해서 집에 여자 둘이 찾아와 엄마를 무릎 꿇게 하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나가라고 한나가 소리쳤다고, 딸은 잘 키웠네 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그런 기억이 있지만, 엄마가 잘못했더라도 자기는 엄마의 편이었다고. 그런 말을 했다. 누나의 말에 정성일은 와이프가 있었고, 엄마가 불륜을 한 거다 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어머니께 확인할 수도 없는 거다.
- 10:30 - 12:30 신세계 백화점으로 갔다. 주호를 6층에서 밥을 먹이다가 장모님, 장인어른과 합류했다. 9층 문스시 룸에서 만났다. 모두가 돈을 많이 보태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점심을 맛있게 사려고 했다. 문스시는 맛있었다. 장모님의 컨디션도 상당히 좋아보였다. 장인어른만 컨디션이 안 좋아보였다. 이모님도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어제 어머니가 얼마나 즐거우셨고 얼마나 좋은 기억이 있으셨는지를 말씀드렸다. 모두 좋아하셨다. 문스시를 계산할 쯤, 한나가 우리가 준비한 교통비와 용돈을 꺼내서 다 나눠드렸다. 장모님은 센스있게 장인보고 이걸 쏠 기회를 주자고 몰아가셨고, 장인어른이 문스시를 사셨다. 장인어른과 대화를 나누면서 살짝 즐거웠는데,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요즘 내가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도, 뇌과학에 재미가 있다는 것도, 마라톤도 엄청 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렸다. 어떻게 들으셨을지. 떠나기 전 악수를 청하던 장인어른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12:30 - 13:10 집으로 이동. 정말 모든 게 끝났다. 졸음이 한없이 밀려왔다. 집에 가면 주호 재우면서 자야지. 바로 집에서 주호를 재우기 시작했다.
- 13:10 - 16:30 주호와 낮잠. 주호도 피곤했는지 3시 밥도 건너뛰고 잤다. 나도 계속 잠을 잤다. 내가 중간에 너무 좋았던 건 주호가 내게 와서 울었고 팔베개를 해주자 다시 잠이 들었다는 것. 내게 안겨서 자는 주호의 모습은 흔한 모습이 아니다. 팔이 저렸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예쁜 얼굴로 자는 주호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머리를 하러 간 한나가 카메라로 주호 깨워서 밥 먹이라는 소리를 했다. 그래도 더 재웠다. 나도 비몽사몽하다가 눈을 뜬 채로 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삶에서 그런 행복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행복하다.
- 16:30 - 19:00 늦게 일어난 주호 밥을 얼른 먹였다. 먹고 6시가 되면 또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밥을 거의 다 먹일 쯤 한나가 왔다. 머리를 하고 와서 기분이 좋은 듯 셀카를 연신 찍어댔다. "한나야, 너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돌아다니는 주호. 오래 자서 그런지 기분이 엄청 좋아보였다. 6시에 루틴대로 씻기고, 밥을 먹이고, 배가 고픈 한나는 동키치킨을 시켰다. 동키 치킨은 주호가 잠들기 전에 와버렸고, 결국 한나가 주호를 재웠다. 식어버린 동키치킨을 먹었다.
- 19:00 - 21:00 동키치킨을 먹으면서 내부자를 봤다. 후련하다.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다 끝났다. 일요일도 이렇게 가고, 모든 게 끝. 이제 남은 건 AWS 이직인가. 그 전에 주아가 있다. 해낼 수 있다. 한나의 다리를 오래 주물러주고 싶었지만 너무도 졸렸다. 금새 잠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