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장모님과 시간 보내기 입니다.
### Summary Today
- SA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 IT 회사로 간 문과여자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SA가 되기 위해서 로스쿨에 간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도 단순히 그냥 가고 싶어 라는 수준으로 공부를 해선 안 된다는 것. 제대로 마음을 먹고 진지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불편한 대웅이
- 대웅이의 운전부터 모든 게 불편했다. 거실에서 주호를 돌보는 나와 한나는 도움이 필요했고, 그 도움을 은근 대웅이에게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대웅이는 방에만 있었다.
- 무엇때문인지 대웅이가 뿜어내는 에너지도 부정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나는 대웅이에게 실망하게 됐다. 저녁엔 대웅이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갔고 다음 날 아침까지도 오지 않는 걸 보고 많이 실망했다.
- 광주 키즈카페에서 계단을 오르는 주호
- 주호가 키즈카페에서 너무 잘 걸었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혼자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신기했다. 집에서만 있었으면 절대 보지 못할 모습. 주호는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구나. 그래야 더 빨리 크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 Day Records
- 05:40 - 08:00 기상. 주호를 돌보면서 루틴을 했다. 화장실 가고,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이유식을 먹였다. 한나와 고민했다. 재채기와 기침이 계속 나왔고 집으로 내일 같이 떠나야 할지. 장모님이 오시기 전에 결정하자. 한나는 계속 고민이라고 했다. 에취. 나라면 집으로 갈 것 같은데 왜. 장모님이 주호를 더 보고 싶어 한다고. 그런데 한나도 진심으로 집에 가고 싶어하는 게 느껴졌다. 고민스러워보였다. 일요일에 그냥 나 데리러 오면 안돼? 한나가 말했다. 나 진짜 힘들 것 같은데. 할 순 있는데 너무 힘들게 보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재채기를 하면서 계속 웃어댔다.
- 08:00 - 09:30 주호 분유를 먹이고, 장모님이 목욕탕에서 돌아오셨고, 한나는 엄마 집이 너무 더러워. 장모님도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어서 민망함을 이겨내면서 숙박비는 안 받을게, 농담하셨다. 한나는 부엌을 전부 다 치웠었는데, 그러면서 엄마가 힘들겠다고, 대웅이나 빛나가 아무도 안 도와주니까. 그게 서운한듯 화가 나 있었다.
- 09:30 - 11:00 아점겸 장인어른과 같이 식사를 했다. 기도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뭔가 경건건한 마음이 들었다. 한나는 주호를 재웠고, 식사로 장모님께서 끓이신 꽃게탕을 맛있게 먹었다. 전도 있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한나가 좋아하는 거라서, 나는 하나만 먹고 말았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너무 사이가 좋아보였다. 식사가 끝나고 준비한 용돈을 두분께 드렸다. 장인어른은 봉투를 뺐겼다. 장모님께서 내가 드린 봉투에 돈을 더 담아서 주셨다. 나는 거기서 돈을 빼서 대웅이한테 10만원을 주고, 일부는 또 한나한테 뺏겼다. 남지 않는 장사. 한나는 대웅이를 주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주고 싶었다. 한나도 돈이 있어야 자신감이 생기듯, 대웅이도 그럴테니까.
- 11:00 - 12:00 주호 밥먹이고 나갈 준비. 사실 나갈 준비를 아무도 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나는 한나한테 주호를 이제 재우고 우리도 쉬면 어때라고 했지만, 한나는 나가고 싶어했다. 정말 피곤했지만, 그래. 나가보자. 대웅이가 주호를 봐줘서 그 틈에 나도 가서 얼른 씻었다. IT 회사로 간 문과여자를 읽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볼 수 있었다. 거의 로스쿨을 간 친구들처럼, 그런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고 했다. 로스쿨을 포기하고 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그 정도의 마음가짐은 있어야 하는구나. 나는 너무 약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 12:00 - 15:00 주호 밥 먹이고 우리는 카페로 나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카페에서 나는 정신이 혼미했다. 주호가 너무 잘 걸어서 주호를 따라다니느라 정말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기뻤다. 내 아이가 이렇게 잘 컸구나, 잘 걷는구나. 이 행복이 너무 컸다. 사람이 많았고, 날이 더웠고, 자리는 없었고, 대웅이는 아반떼의 남자와 아웅다웅 시비가 붙을 뻔했고,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고, 소시지 빵은 맛있었고, 구름이 너무 예쁜 바깥을 보면서 우리는 맛있게 빵을 먹었다. 기운을 좀 차리고 밖으로 나와서 나는 주호를 잔디에서 놀게 해줬다. 주호는 잔디에서 놀다가 물가로 가서 물을 만지고 싶어했다. 나는 그것도 도와줬다. 주호를 위해서라면야. 대웅이의 운전은 방지턱도 힘차게 달리고 코너가 거친 바람에 주호의 목이 몇번이고 꺾였지만,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뒤에 장모님과 한나가 운전에 이래라 저래라, 모두가 예민해질까봐. 그런데, 대웅이가 뭔가 운전에서도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깨달을까. 언젠가? 나는 돌아오는 차에서 너무 졸려서 잠이 들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까지 다녀왔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에 2개의 차사고를 보았고, 집에 들어왔다.
- 15:00 - 16:00 집에 도착.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주호 밥 먹일 시간. 주호 밥을 다 먹이고, 정민이한테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집에서 5학년 때 쓴 일기에 내가 나와서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임사나. 딸래미가 10월 21일에 나온다고 했다. 너무 축하할 일이었다. 나도 주아가 11월에 나온다고 말해줬다. 비슷하게 육아를 하겠구나. 또 보려면 몇년은 걸리겠다. [[240917 정민이가 쓴 일기를 받았다.png]] 정민이가 일기를 보내줬는데 너무 웃겼다. 그것도 그거지만, 정말 소중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내 일기들이 그립다.
- 16:00 - 18:00 주호를 재우려고 했는데 실패. 자고 싶어서 소파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나는 눈을 뜨고 한나와 빠르게 결정해서 밖으로 나가기로. 한나가 키즈 카페를 검색해서 찾았고, 대웅이까지 데리고 바로 키즈카페로 갔다. 꽤 넓은 곳이었고, 바닥도 깨끗하고 애들도 많았다. 그때쯤 소나기가 퍼부었고, 지하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코스로 해서 키즈카페까지 완벽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키즈카페에서 주호는 볼풀장에서 정말 잘 놀았다. 계단도 다 오르고, 내리는 걸 혼자서 하는데, 너무 대견했다. 내 아들이 이렇게 컸구나..
- 18:00 - 18:50 주호 씻기고 수유. 분유를 오늘도 정말 많이 마셨다. 주호가 밥 먹는 걸보면서 허벅지를 만져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도 또 어딘가 컸구나. 단단한 주호의 허벅지. 멋있어. 한나가 주호를 재웠다. 재우면서 파파존스와 BBQ를 시켰다. 장모님은 안방에서 통화. 대웅이와 빛나도 각자 방에서 뭔가를. 힘든 와중에, 한나와 나 뿐이다. 힝.
- 18:50 - 19:10 옵시디안 기록. 힘든 와중에도 그래도 모든 기록을 다 남겨서 좋다. 사진도 더 들어가면 좋겠는데. 일단은 피곤함을 이겨내고, 이렇게 기록하기를 끝까지 한 내가 대견하다.
- 19:10 - 20:00 저녁으로 황금올리브 매운맛, 파파존스 피자를 먹었다. 대웅이는 간단히 먹고 먼저 자리를 떴다. 치킨을 먹으면서 맥주도 생각이 났지만, 그럼 내일 운전할 때 힘들 거란 생각을 해서 참았다. 충분히 배부르게 먹었다. 어떤 대화가 재밌게 오가진 않았다.
- 20:00 - 22:00 한나랑 누워서 파일럿을 봤다. 거실엔 우리 둘 뿐. 주호는 잠이 들었고, 간만에 티비로 영화를 봤다. 소리를 줄여놓고 봤는데도 재밌었다. 나는 이럴 거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모두가 각자 방에서 생활한다. 우리가 있으나 없으나. 대웅이는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다시 밤에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갔다. 아무래도 내가 준 돈으로 술을 마시러 간 것 같았다. 아쉽다. 대웅이가 아직도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