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컨퍼런스 준비 마무리입니다.
### Summary Today
- 한나는 역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 병원 진료를 하루 앞당겨서 가서 받았다. 역아였고 한나는 이 날 저녁 내가 퇴근을 하고 갔을 때 심각하게 힘들어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오후 내내 한나를 집어 삼킨 것 같았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나는 주호 손을 잡고, 주아를 임신한 한나와 함께 긴 터널을 걸어가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게 우리 모습이다. 지금이 우리 결혼 생활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일 거라고. 반드시 행복한 때가 올거라고 한나를 위로했다.
### Day Records
- 05:10 - 07:00 영어 공부 하면서 주호 밥 차릴 준비. 미역국을 오늘 먹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미역국을 만들었다. 너무 커서 주호가 잘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어른이 먹을 솥으로 크게 끓인 다음 주호꺼를 덜어내서 다시 잘게 자르고 간을 하지 않았다. 주호랑 같이 번갈아가며 미역국을 먹는데 주호가 잘 먹었다. (나중에 보니 주호 똥에서 미역이 3일 동안 나왔다.)
- 07:00 - 09:00 집 청소하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한나가 오늘 외출을 써달라고. 같이 병원 가자고. 원래는 10월 1일에 가려고 했다. 오케이 그러자. 회사 일 때문에 마음이 급한 느낌도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걸 아니까.
- 09:00 - 10:50 한나 병원 진료. 결과는 역아였다. 오히려 더 반듯하게 섰다고. 박채연 원장은 수술콜이 들어온 상태여서 정신이 없었다. 우리에게 정확한 상담이나 공감을 해주지 않았다. 한나는 크게 실망을 했다. 마치 시험에 떨어진 것 같은 우울함이 있었다. 한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주호 옷을 갈아입히고 그러고 회사로 왔다.
- 10:50 - 11:50 최종 안내 메일을 보냈다. 미루고 싶고, 귀찮았던 일이었는데 그냥 바로 보냈다. 그렇게 하고 나니 그냥 속 시원. 미루지 말자.
- 11:50 - 13:00 점심은 미역국. 그리고 한나가 반찬을 시켜서 같이 곁들여서 먹었다. 한나는 우걱우걱 먹었다. 주호 밥도 미역국.
- 13:00 - 14:00 체크리스트 만들기. 그래도 회의인데, 체크리스트가 필요할 것 같았다. 정연 선배한테 말하고 빨리 만들어서 준비해갔다.
- 14:00 - 15:40 컨퍼런스 리허설. 표준시사실에 사람들이 모였다. 기술 리허설을 해보는데, 글쎄. 팀장의 역할이 모호했다. 체크리스트나 이런 건 팀장이 실무자와 함께 만들어야 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있어, 몇분이야. 지금은 몇 분이야. 그러면서 내용 읽고. 엉성했다. 그게 필요한 건가? 그건 혼자 해도 되지 않나. 본부장은 졸았다. 다른 사람들도 와서 앉아서 할 게 없었다. 에휴.
- 15:40 - 17:00 컨퍼런스 리허설을 해보니, 피피티가 빠졌다는 걸 알고 키노트로 피피티를 만들었다. 브릿지로 써야 하는 화면들이 없었다. 만들다보니 시간이 너무 잘 갔다. 그리고 컨퍼런스 자체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는 상황. 그날 긴급대처만 잘 하면 되겠구나.
- 17:00 - 19:30 집에 왔을 때, 한나는 슬퍼하고 있었다. 내가 오자마자 쉬겠다면서 주호를 뿌리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카메라를 켰다. 한나가 울고 있었다. 주호도 내 품에서 울고 있었다. 안되겠다, 너무 빨리 잠들 것 같다. 주호를 씻기고, 밥을 할 타이밍이 없어서 분유를 줬다. 그러고선 주호는 순식간에 내 품에 안겨서 잤다. 주호를 재우고 한나와 이야기를 했다. 모르겠다고, 마음적으로 부담감이 크다고. 괜찮다고 했지만 한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박채연에 대한 실망감도 있고, 중앙대를 가서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도 있고.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주호를 키우면서 너무 예쁘지만, 그래서 내 보상은 뭔가. 허무함도 들고, 남들 다 가는 여행도 못갔다고. 그런 생각들. 한나야, 우린 지금 우리 결혼 생활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거야. 주호랑 너랑 나랑 주아 같이 그 터널을 지나가고 있어. 이 터널이 끝나면 정말 좋아질 거야. 걱정하지마. 내가 그렇게 만들게.
- 19:30 - 22:50 한나 기분을 풀어주면서 멕시칸 치킨을 시켰다. 닭강정을 시켜서 무도실무관을 봤다. 다행이었다. 무도실무관이 생각없이 봐도 될 정도로 너무 재밌었다. 김우빈 연기도 장난스럽고 너무 웃겼다. 아이스크림도 시켜서 먹고, 발도 주물러주고. 그렇게 한나의 기분이 많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안 좋은 생각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확실히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