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경남마라톤 1시간 내로 들어오기 입니다.
### Summary Today
- 포기하지 않는 마라톤 정신
- 평소에 연습을 하지 못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03 스팟 프로젝트/마라톤/첨부/제21회 경남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까지, 바로 전 날 유혹이 있었다. 인국 선배가 조영각 피디와의 자리에 나를 초대한 것. 가고 싶었다. 그런데 뇌는 알고 있었다. 다음 날 그 힘든 달리기를 할 바에, 도파민을 즐기고 다음날 퍼져 있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을. 그래서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마라톤 대회에서 참여해서 정말 힘들었고, 3km부터 9km까지는 정말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달렸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갔다. 아마 1,000명 정도는 나를 제치고 간 듯하다. 그래도 나만의 레이스라고 생각했다. 포기하고 싶지만 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게을러지지 말자고. 내 자신에게,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아쉬운 기록으로 완주했지만 그래도 내 자신에게 뿌듯한 하루였다.
### Day Records
- 04:40 - 06:30 주호 기상. 더 자고 싶지만, 오늘 마라톤을 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나는 나와서 일을 보면서 바로 양치도 하고 썬크림을 미리 발랐다. 그러고선 주호를 내려놓고 주호 밥을 만들었다. 소고기를 전부 다져서 갈았고, 밀프렙을 만들었다. 그리고선 다시다 육수 없이 브로콜리까지 넣어서 야채 소고기 죽을 4개를 만들었다. 주호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한나가 나왔고, 교대를 하고 나는 나올 수 있었다. 잘다녀올게.
- 06:30 - 07:50 기름이 없어서 주유소까지 가서 기름을 넣고 창원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사과와 바나나를 먹었다. 장유 폭포도 지났다. 영어 방송도 들으면서 가다가 정신이 없어서 그냥 꺼버렸다. 더 집중하자. 그런데 너무 졸린 이 느낌은 뭐지.
- 07:50 - 10:40 [[03 스팟 프로젝트/마라톤/첨부/제21회 경남마라톤 대회]]에 도착했다. 창원까지 왔는데 전에 왔던 [[240825 계곡에 놀러 간 주호]]의 장유 폭포를 지나서 더 들어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km를 더 걸어서 보조경기장까지 갔다. 몸을 풀기 시작하는데 긴장이 됐다. 어깨가 많이 뻐근한 게 느껴졌다. 달리기를 해보는데 심박수가 빠르게 올라갔다. 아, 운동을 안 한 게 여기서 바로 나타나는구나. 탄탄하고 멋진 몸매의 사람들도 보였다. 나도 저렇게 근육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한참 바라봤다. 렌즈가 뻑뻑해서 아예 빼버렸다. 왜냐하면, 렌즈 때문에 정신을 못차릴 것 같았다. 화장실을 두번이나 가고, 몸을 계속 풀다가 출발선에 들어섰다. 나는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끼고 가더라도, 앞에서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제끼고 가는 건 스트레스다. 그런데 그걸 피하는 순간부터 발전이 없다. 내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뒤에서 뛰면 마음이 더 풀어지기만 한다.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달렸다. 선두 그룹의 속도에 맞추서 나도 오버페이스로 달려나갔다. 언덕을 뛰어오른 나의 1km 예상 속도가 5분 50초였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역시 앞에서 뛰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km가 지나고 몸에 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하나둘 나를 제끼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내 위치가 어디일까 계속 생각했다. 중간에 급수대를 만나면 물을 마시면서 숨을 고르고, 다리를 풀었다. 결국 나는 유산소가 아니라 무산소 운동을 한시간 동안 하는 셈인데, 몸이 무거워서 그랬다. 예전에 53분 기록을 냈을 땐, 10% 안에 들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록이 68분이었고, 내 뒤에는 200여명밖에 없었다. 나는 후미그룹이었다. 부끄럽고 아쉬웠다. 그래도 9km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고, 나머지 500m는 언덕이라서 걷다가 다시 달려서 골인했다. 그것까지만 해도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포기하지 않았고, 정말 중간에 너무 힘들었는데도 이게 내게 훈련이 되는 걸 아니까, 내 뇌가 어떻게 발전하고 생각하게 될지 아니까 끝까지 해냈다. 나는 객관적으로 정말 못 뛴 기록을 냈지만, 그래도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멋진 달리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창원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 같았다. 한적하고, 여의도공원 같은 공원이 어디에나 있는 느낌이었다. 흰색티를 입고 달린 경남마라톤도 정말 기억에 남을 마라톤이 됐다.
- 10:40 - 11:50 마라톤을 마치고 집으로 이동. 그러면서 어머니랑 통화를 했다. 요즘도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19일에 시험을 등록했다고 말씀드렸다. 영어공부도 방 여기저기에 붙여놓고 외우고 있다고. 내년 5월엔 지원할 거고, 전문직으로 가기 위해서 더 공부하고 자격증을 딸 거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입이 근질근질하다고 하셨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머니!
- 11:50 - 13:00 집에 오자마자 한나가 주호 밥을 먹일 수 있게 해놓고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두번 정도 오가는데 정말 너무 힘들었다. 다리가 너무 아팠다. 그래도 개운.
- 13:00 - 14:00 한나가 냉면을 시켜줘서 먹었다. 먹으면서 주호를 돌보는데, 주호는 배가 부른지 뭐를 먹는 내 근처엔 얼씬도 안하고 혼자 놀이 삼매경이었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고, 그 사이 한나는 나갈 준비를 했다. 한나는 처녀처럼 입었다. 크롭티를 입어서 배가 보였는데, 임산부인데도 과감히 배를 드러내는 게 센스 있어보였다. 입술은 쥐 10마리 잡아 먹은 입술이었지만. 빨간 백을 매고 나갈 준비.
- 14:00 - 15:30 한나가 모임에 떠났다. 나는 주호를 안아서 재우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눕혀서 재우려고 주호 침대로 데리고 왔다. 결과는 실패. 주호는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나는 카메라를 켜놓고 누워서 주호를 봤다. 한번씩 나가긴 했지만, 정말 너무 졸렸다. 주호는 혼자서도 잘 노는 것 같았고, 그래서 또 미안했다.
- 15:30 - 17:00 주호를 간신히 재웠다. 나도 자다 깨다 반복하면서 잤다. 주호를 안고 자려다가 팔이 너무 저려서 눕혀놓고 그냥 자려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뒹굴 거리다 주호가 빼액 하고 울면서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났다.
- 17:00 - 18:30 주호가 잠에서 깨서 엄청 크게 울었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처음이었다.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보는 건. 다행히 과자랑 물을 줘서 달랬다. 잠이 깨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힘들었나 보다. 한나가 모임에 갔다 집에 왔다. 윤정, 미정, 효진을 만나고 왔다. 모어베레였나. 거길 다녀왔다고. 미정과 효진이 남편 욕을 많이 했고, 한나와 윤정은 그닥 할 말이 많지 않았다고. 특히 나에 대한 대단함을 많이 이야기 들었던 것 같다. 다들 잘 사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효진이가 가장 짠하다고, 남편이 돈을 안 줄까봐 불안하다고 했다고, 한나는 내가 AWS 이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했고, 자격증도 땄다는 말을 했다고, 마라톤도 그렇고 여러모로 내가 기분이 좋았다. 몸이 아직 힘들어서 누워서 이야기를 들었고, 주호도 정말 힘들게 씻기고 왔다.
- 18:30 - 21:20 저녁 준비. 그리고 저녁 식사. 저녁은 이삭토스트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봤다. 키위소스를 주문했었기 때문에 최대한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결과는? 실패. 이삭이랑은 확실히 달랐다. 그래도 과카몰리, 감자샐러드를 맛있게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사이 한나는 주호 밥을 먹였고, 또 재웠다. 이삭토스트까지 다 만들고 같이 저녁으로 먹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요리가 느는 느낌도 그렇고. 하지만 오늘 확실히 체력이 힘들구나.
- 21:20 - 21:40 옵시디안 기록.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데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다.
- 21:40 - 22:00 한나 다리 잠깐 주물러 주다가 바로 잠들었음. 뭉쳐야 찬다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