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장인어른과 장모님, 행복한 시간 보내기 입니다.
### Summary Today
- 경주를 포기하고 몸을 회복시키다
- 경주 마라톤을 과감히 포기했다. 전날 밤 바람이 엄청 불었고, 비도 엄청 쏟아졌다. 거기다 내가 오늘 집중해야 하는 건 마라톤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그래야 출장부터 모든 게 좋아질 수 있다.
- 목표가 있었지만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
- 장인어른과 대게
-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왔다. 출장 가는 나를 대신해서 장모님께서 한나를 돌봐주실 예정이다. 장인어른이 장모님을 차로 태워다 주신 게 너무 신기했다.
- 거기다가 부산에 와서 대게까지 사주셨다. 35만원. 웃으면서 계산을 하시던 장인어른의 표정을, 대게를 끝까지 발라먹던 장인어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우리 어머니도 사주시겠다고, 여유가 있어보이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 대게 좋은 날, 정말 맛있어서 또 가고 싶다.
- 주호 응급실 사건
- 주호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였다. 급기야 토를 할 것처럼 하더니 목에서 쉰소리가 났고, 나는 어설프게 하인리히법을 하다가 응급시릉 갔다. 주호에게 전복죽을 먹인 게 잘못이라고 생각했고, 순간 남탓을 하고 싶었지만 내 탓을 하길 잘했다.
- 주호는 크룹이라는 급성 후두염으로 판정이 났고, 응급실에 한 바탕 전쟁을 치루고 새벽 2시 반쯤 집에 왔다.
- 아이 덕분에 부모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하루였달까. 한나와 응급실에서 그런 대화를 나눴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많을 테니, 우리가 익숙해지자고. 우리가 더 강해지자는 의미였다. 아프지마 주호야.
### Day Records
- 21:00 - 23:30 주호가 아프기 시작. 잠이 쉽게 들지 못했다. 앉았다가 누웠다가 반복하고 몸을 흔들어대고. 이상했다. 급기야 10시가 넘어서 울기 시작했고 목에서 쉰 소리가 나고, 토를 하려는 것 같았다. 전복죽이 문젠가. 순간 겁도 나고 화도 났다. 하인리히 법인가. 그걸 급하게 영상을 보고 따라해봤지만 실패. 주호는 더 눈물이 났고 힘들어했다. 응급실로 가자. 119에 전화를 했다. 인근 응급실은 백병원 응급실이었다. 한나랑 바로 준비해서 갔다.(그 와중에 한나는 설사가 마려웠다) 병원을 가는 동안 화가 났다. 사실 남탓을 하고 있었다. 장모님, 한나. 그런데 그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기본값이다. 나라는 자아를 지키려는 기본값. 그래서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고. 괜히 전복죽을 먹였다고. 어른인것처럼 했다고. 한나가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 접수를 했다. 보호자는 1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내가 들어갔다. 주호는 울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했다. "You can get it over, my son" 가슴 쪽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혈액검사를 위해서 링거 주사 바늘을 꽂았다. 팔이 접히는 지점이었다. 간호사에게 말했다. 부목을 가져다가 줬다. (물론 비용 청구가 됐다) 해열제를 맞았다. 네뷸라이저 치료를 했다. 주호의 병명은 크룹. 급성 후두염이다. 증상이 거의 비슷했다. 의사는 개가 짖는 소리가 난다, 컹컹 한다, 면서 설명을 했는데 듣기 좋지 않았다. 오히려 웃겼다. 네뷸라이저 치료를 할 때, 간호사에게 말했다. 와이프가 2주 뒤에 출산이다. 애기 덜 울려면 엄마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를 케어할 수 없어서 제가 들어왔다. 들어올 수 있게 해달라. 간호사는 허락을 해줬다. 한나와 새벽 2시까지 주호 지켜보고 병원에서 나왔다. 이렇게 한나와 나는 더 강해졌다. 더 강한 부모가 됐다. 앞으로도 이런 병치레를 자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낯설어하지 말자. 더 익숙해지자. 강해지자. 한나는 울지 않았고, 나는 남탓을 하지 않았고, 주호는 의젓했고, 우리 가족은 너무도 잘 버텨냈다. 새벽의 응급실행. 끝.
- 19:00 - 21:00 주호가 잠들었다가 살짝 깼다. 짐을 싸느라 방에 들어갔다가 잠이 깼다. 나는 짐을 계속해서 챙겼다. 20시가 됐을 때, 끝이 났다. 장모님께서는 전을 부쳐주시고 방에 들어가셨다. 한나랑 무알콜 맥주에 전을 먹었다. 데드풀을 보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데드풀을 보다가 주호가 이상해서 몇번이고 멈췄다. 괜찮겠지.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었다. 한나는 잔다고 했다. 나는 데드풀을 다 보고 주호 기저귀를 갈았다. 그때부터 주호가 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나려고 했다.
- 16:20 - 18:00 장인어른이 가져오신 수액을 맞았다. 감사했다. 오른쪽 손등에 맞았는데 처음에 너무 빨리 내려와서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속도를 조절해주셨다. 17시가 되서 장인어른은 고흥으로 떠나셨다. 나는 링거를 들고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정말정말. 그러고선 안방에서 수액을 맞았는데 너무 높이 달아놓은 바람에 순식간에 다 맞아버렸다. 3시간은 걸리길 바랬는데 어쩐지 좀 이상했다. 마늘 냄새도 많이 나고. 유튜브로 영어에 대한 내용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가 반복했다. 결국 주호를 씻길 시간쯤이 됐을 때 모든 게 종료됐다. 아쉽기도..
- 18:00 - 19:00 주호 씻기고 밥먹이기. 전복죽을 먹였는데,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낮에 먹었을 때보다 간이 많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괜찮을까. 주호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괜찮을 듯도 싶었다. 그래도 짤까봐 바나나를 끝에 먹였다.
- 14:00 - 16:20 국제시장에 갔다.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목욕탕 물건을 파는 집을 갔다. 장모님을 알아보는 사장님. 이번에도 장모님은 때타월을 잔뜩 사셨다. 재밌던 건 장인어른. 장모님이 산 물건을 봉지째 주니, 그걸 들고 돌아다니셨다. 한복을 입고, 장모님과 은근히 깔맞춤한 느낌도 났다. 수박쥬스도 먹고, 오렌지 쥬스도 먹고. 해운대에 가서 고래사 어묵을 사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혔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갔다. 코스트코도 못갔다.
- 11:30 - 14:00 대게 좋은 날을 갔다. 정말 좋았다. 영덕 대게를 먹으러 갔을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장인어른께서 대게를 사주셨다. 35만원 정도가 나왔다. 결제를 하시면서도 웃고 계셨다. (한나와 장모님은 장인인어른이 뺀질댄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라고 하셨다) 상차림비가 7천원이었는데, 좀 비싼듯 했지만 스끼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랐다. 정말 맛있는 우동부터, 연어, 구운연어, 육회물회, 새우튀김, 서비스로 전복죽까지 정말 최고였다. 그것만 해도 배가 불렀는데 3kg 박달대게의 양도 너무 많았다. 한나는 주호가 대게를 먹는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고, 장인어른은 내장 쪽을 발라드시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나도 남들이 발라 먹기 힘든 다리 쪽을 잘라서 쪽쪽 빨어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무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다.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다. 장인어른이 나중에 어머니도 모시고 오라고 같이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것들까지 다 행복했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 10:00 - 11:30 주호까지 재우고서 한나와 나는 씻기 시작. 번갈아 가며 씻어야 해서 시간이 걸렸다. 곧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오실 시간인데. 그래도 내가 빠르게 씻고 옷을 입고 잠에서 깬 주호를 챙겼다.
- 08:00 - 10:00 아침. 언제나처럼 분주했다. 그러나 오늘은 하루를 살짝 늦게 시작했다. 한나도 늦게 나왔고, 청소를 8시 전에 마치지 못한 상태. 빨래도 하고, 뒤늦게 하나하나 해결했다. 쓰레기도 많아서 버리고 오고. 한나는 냉장고 정리와 부엌 개수대 정리까지, 마치 장모님께 이 깔끔함이 기준이야, 라고 말하려는 듯 했다. 나는 부족한 식재료를 홈플러스에서 바로 주문했다.
- 05:40 - 08:00 주호가 늦게 일어났다. 나도 나오자마자 잠깐 정신을 차리고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준비했다. 미역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거기다가 마늘을 다지고 칼에 붙은 마늘을 떼어낸다고 검지로 쓸다가 베이고 말았다. 아차. 그래도 가볍게 베여서 다행이었다. 주호 밥을 거의 7시가 되어서 먹이기 시작했다. 마늘을 2개나 넣었는데도 너무 잘 먹었다. 이쁘다. 나도 한 그릇을 먹었다. 그러면서 약도 먹고. 몸은 어제보다 확실히 좋았다. 가벼운 마른기침과 목 간지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한나는 피곤했는지 일어나지 못했다. 늦잠을 잤다. 괜찮다. 오늘은 주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