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Netflix, UCLA 잘 다녀오기 입니다. ### Summary Today - Netflix와 만나다 - 돌아가는 마지막 일정에 Netflix 미팅이 있었다. 어떤 방문이 될까 겁도 났지만, 라운지에서 대기하면서 Jess가 왔을 때부터 일이 잘 풀렸다. 친절한 얼굴을 한 Jess, 그리고 내 영어가 술술 나왔다. 내 일행 중엔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았고, 또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만 영어로 대화하는 방문객이었고, 나만 그들의 설명을 이해했다. - 물론 다 알아듣지 못했고, 어떤 부분에선 준비가 부족한 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뻘쭘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래, 생각보다 잘하고 있었다. 이게 돈이 오가야 하는 비즈니스 미팅이었다면 당연히 더 잘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그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나는 해나가야 한다. 그게 내 실력이고, 능력이 될 것이다. - 넷플릭스의 세계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기술을 만나면서 가슴이 설렜고 이걸 내가 눈으로 본 이상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 그래 그게 가장 중요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더 좋은 인생을 살 것이다. - UCLA로 떠난 진짜 이유 - 굳이 UCLA로 비싼 우버 왕복을 해가면서 간 이유는, 뇌였다. 이 목표를 평생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네가 가게 될 학교다, 너의 아이들이 가게 될 학교다. 그걸 각인시키고 싶었다. 변화는 반드시 발생한다. 내가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꿈을 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걸 경험했기 때문에 평생 남아 있을 것이다. 좋다. - UCLA에서 젊은 기운을 느낀 것도 좋았다. 학교 다니던 때도 생각났다. UCLA Store에서 주호와 주아에게 줄 옷을 샀다. 그게 기분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여서, 아이들에게 내 꿈을 주입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그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것을. 내가 군인이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 - UCLA 방문이 내게 준 이 경험과 깨우침은 평생이다. ### Day Records - (LA 25일, 10시-11시) 02:00 - 03:00 눈을 떴다. 개운했다. 푹잤구나. 이제 또 한 동안 이런 식의 늦잠은 없다. 그래, 정말 없다. 한나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나는 아이들을 떠나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으니까. 나는 이렇게 출장이라고 가지만, 한나는 그렇지 못하니. 침착하게 짐을 쌌다. 모든 가방을 열어두고, 필요에 따라서 아이템을 분류해서 넣었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호텔 방을 나오면서 아쉬웠지만, 아니다, 이제 또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자. - (LA 25일, 11시-14시) 03:00 - 06:00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 로비에 앉아서 어색하게 토크. 조차장은 우리가 어제 뭘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Griffith를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정연 선배는 뭔가 컨디션이 안 좋아보였다. 글쎄. 나중에 안 거지만 한 숨도 안 잤다고. 하루 종일 잤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점심으로 라면을 먹으러 두 군데를 갔지만 문을 열지 않았고, Hollywood Bvld에 있는 라면집을 갔다. 거기는 내가 사겠다고 했다. 이게 수지타산이 맞지는 않고, 내가 돈을 더 많이 쓰는 거긴 하다. 왜냐하면, 저녁에 술을 내가 여러번 샀기 때문에.. 첫날 후. 무튼. 생각하지 말자. 라멘집에서 연어&아보카도 롤이 맛있었다. 음식을 남겼지만, 그래도 잘 먹었다. 그러고선 CVS를 들렀고, 몇가지 아이템을 샀다. 어글리 조차장은 내가 다 사고 나오자 들어와서는 뭘 사야 하냐고 물었다. 후. 그러고선 시간이 살짝 떴지만 아이라인스튜디오로 이동. 가는 길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했다. 잘 할 수 있을까. 잘해야 한다. 더 당당해지자. 나는 외국계 기업에 이직할 거다. 그 말인즉, 나는 여기서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두렵다. 영어를 잘 못해서 무시를 당할까봐. 내가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쩔쩔 맬까봐 두렵다. 하지만 해낸다. 해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캔라인을 들어갔다. - (LA 25일, 14시-15시) 06:00 - 07:00 Jess가 우리를 맞이해줬다. 이어서 Jeff라는 사람이 왔다. Jeff가 빅보스인 듯. 그런데, 명함 한장 들고 오지 않다니. Jeff가 설명은 해주지만, 살짝 신뢰가 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거만하다는 느낌도. Jess도 Social한 듯 하지만, 웃음이 꺼진 채 Jeff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몇 번 봤다. 또 내가 하는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 게 보였다. 현장에서 설명을 들어보면서 놀라운 게 많았다. 총 세 개의 스테이지를 봤는데, 첫번재 스테이지는 한국과 비슷했다. 높이가 더 높았고, pitch가 더 좋아 보였다. 라이팅을 위해서 앞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후레시가 있었는데, 후레시 위에 센서가 있었다. 그래서, 불을 켜면 LED 패널에도 그 불이 그대로 반사가 됐다. 재밌었다. 장난감 같기도 하면서, 이런 걸 제작한다는 게 대단했다. 그냥 가지고 놀듯이 만드는? 전체가 RGB Light로 된 돔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라이팅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유일한 장치라고 했다. 그 장치가 언리얼엔진 안에서 작동이 된다. 나중에는 RGB보다 더 컬러가 더 많아져서 자연스러워질거라고. 이런 것들을 R&D를 해서 만들어낸다. 대단하고 신기하다. 정말 최첨단의 기술에 있다. 세번째 장치는 360도로 카메라가 있었는데, 배우가 그 공간 안에서 연기를 하면 카메라가 배우를 촬영해서 아마도 모형을 만들고, 실제 배우를 거기에 다시 입히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 같았다. 아쿠아맨 2의 촬영 때 제이슨 모모아가 와이어가 너무 힘들다고, 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 방법을 통해서 촬영했다고 했다. 블랙 Adam도 여기서 찍었다고 했다. 그러고선 실제 사용 방법 데모를 보여줬고, 다른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Jeff가 보여주는 것을 잘랐다. 스탭 두명은 더 보여주고 싶어했지만, Jeff가 거기서 잘랐고, 모든 미팅은 끝났다. 흥미로웠고, 재밌었는데, Jeff가 완벽한 환대를 해주진 않아서 아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한 시간의 미팅이 내게는 큰 영향을 줬다.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리 회사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고, 내가 레벨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 압도적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였고, 또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더 잘하고 싶다. 더 편하게 말하고 싶고, 이야기를 다 알아듣고 싶다. 나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할 수 있다. - (LA 25일, 15시-18시) 07:00 - 10:00 함께 UCLA로 향했다. 혼자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거다. 그러나 이동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겐 UCLA를 가는 목표가 있었다. 꼭 내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겠다는 그 목표를 뇌에 새기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서 몇년 살겠다는 목표. 그래서 글로벌하게 대단한 사람이 되어보자는 목표. 그걸 내 마음 속에 새기기 위해서, 나의 뇌에 각인하기 위해서 나는 UCLA를 갔다. 교정을 걸어보면서 좋았다. 꽤 넓었고, 다 걷지는 못했다. 그런데 고대도 꽤 넓다. 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내가 술을 덜 마셨더라면. 그때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그때 대학원을 외국으로 갈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하지 못한 건, 남은 목표이다. 다시 갈 목표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그런 길을 언젠가 알려주고 싶다. UCLA Store에 가서 주호와 주아를 위해 옷을 샀다. 나도 그렇게 부모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꿈을 아이들에게 심고 싶은 것이다. 아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더 좋은 세상을 주고 싶은 거다. 그걸 위해서 아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은 거다. 이제 한국에 가면 더 좋은 아빠, 더 좋은 남편, 더 멋진 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할 거다. - (LA 25일, 18시-19시 30분) 10:00 - 11:30 호텔에서 대기. Uber 가격이 자꾸 올랐다. 짐을 찾는 과정에서 내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더니, 없었다. Uber를 기다리다가 19시 30분에 출발하기로. 그 사이 정연 선배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토크들을 했다. 맥주 4잔에 필름을 잃는다? 그건 아예 술을 못 마시는 건에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고, 선배는 볼따구가 아프다. - (LA 25일, 19시 30분-21시 30분) 11:30 - 13:30 공항까지 거의 1시간을 갔다. 중간에 맥도날드를 들러 오줌을 사는 드라이버.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 고집이 있었다. 불편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모두 별 말이 없었다. 이렇게 조차장하고 가는 비즈니스 트립은 마지막일 거다. 왜 가는지, 뭐하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어글리. 안녕. 수속을 밟으면서, 정연 선배는 초과된 금액만큼 비용을 계산했다. 100달러. 세상에, 그 돈이면 캐리어를 사서 하나 더 붙이지!? 밤에 잠을 못자고 계속 깨어 있는 상태로, 정말 나쁜 판단을 해버렸다. 순간적인 판단. 역시 잠을 잘 잤어야 했다. 100달러를 그렇게 쓰고 나와서 바로 왼쪽에 캐리어를 파는 곳이 있었다. 말이 되나. 그 이후로 정연 선배는 그 일을 계속 떠올렸다. 이제 공항에도 들어왔겠다, 조차장하고 빨리 헤어지고 싶었다. - (LA 25일, 21시 30분-23시 00분) 13:30 - 15:00 조차장하고 헤어지고, 정연 선배를 기다렸다. 같이 뭐라도 먹을 생각이었다. 맥주 한잔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다려서 같이 피자와 맥주를 시켰다. 샐러드도 시켰다. 오래 기다려서 자리를 잡고 먹고 있는데, 조성민이 등장했다. 맙소사. 최악 중에 최악이다. 왜 도대체 혼자서 떨어지지 않는 거니. 조성민한테, 전화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고선 그냥 토크. 조성민이 우리를 버렸으면 좋겠다. 그냥 떠나주라. 이렇게 마지막까지 조성민을 묻히고 싶지 않은데, 결국 또 묻었다. 나는 게이트로 와서 샤워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큰일을 보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13시간의 비행이 기다리고 있다. 할 수 있다. 가보자. - (LA 25일, 23시-24시) 15:00 - 16:00 LA 공항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안녕. 그러고선 한국으로 13시간을 날아간다. 내 전략은, 20시까지는 우선 자지 않는 거다. 5시간 가량을 비행기에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한다. 그 다음에 잠을 자야 한국과 시차가 어느 정도 맞게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오케이, Let get it. - (LA 26일, 24시-05시) 16:00 - 21:00 머리를 썼다. 한국 시간으로 맞춰서 잠을 자자. LA 시간으로 잠을 자면 꼬인다. 피곤하지만 나는 첫 식사 때 밥 대신 커피를 시켰다. 듄 파트 1을 보면서 버텼다. 다행히 듄이 재미었다. 21시가 되고, 시간을 계산했다. 다음날 5시에 도착인데, 대략 4시 정도엔 일어나겠지. 그럼 지금 자면, 7시간이다. 자다깨다 반복할테니, 7시간을 통으로 자진 못한다. 그래도 나는 7시간의 취침을, 한국 시간에 맞춰서 잤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잘도 흘렀다. 아, 그 전에. 듄을 보기 전에 나는 지난 일주일을 정리해봤다. 써머리를 해보니, 내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걸 극복해낼 용기도 얻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그 순간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나고 나서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깨달은 것들은 다시 내가 이어서 살아갈 방향을 만들어준다. 내가 왜 이 지점에 서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 역사를 공부하며 들었던 이 이야기가, 이제는 확연히 이해가 된다. 놀랍지 않은가. ### Photo ![[241025 UCLA 01.jpg]] ![[241025 UCLA 02.jpg]] ![[241025 UCLA 03.jpg]] ![[241025 UCLA 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