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시차 빠르게 적응하고, 가족에게 돌아가기입니다. ### Summary Today - 부산으로, 집으로 돌아오다 -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하늘은 장엄하고 멋졌다. 새벽 6시 무렵의 하늘은 낮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거기서 나는 가족이 보고 싶었다. 주호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랐다. 그럴려면 내가 무엇을 해줘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체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 체력이 있어야 가족을 지킨다는 것을 또 느끼면서, 체력이 있어야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내려왔다. - 주호가 나를 안아주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안겨 있지만 더 안고 싶어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얼마나 감동이 컸는지 모른다. 사랑해 주호야. 보고 싶었어 아빠도. ### Day Records - 03:30 - 05:00 일어나서 화장실도 가고, 아예 기상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일어나야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넘어서 일어나던 패턴을 맞출 수 있다. 허리가 아프지만 잠은 잤으니까, 할 수 있다. 눈을 뜨고 듄 2를 이어서 봤다. 역작이다. 너무 재밌다. 영어가 어려워서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이게 왜 도움이 되는지 알 것 같다. 뇌에서 이해하지 못한 발음은 계속 생각하게 된다. 틀어놓기만 하면 안 된다. 틀어놓고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뇌가 그렇게 작동해야 도움이 된다. - 05:00 - 05:30 한국에 도착. 입국수속을 했다. 휴대폰이 터지는 것만으로 한국이구나 하는 안도감. - 05:30 - 06:20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서 한나랑 통화. 주호가 아침부터 울고 있었다. 좀 이따가 영상 통화. 눈물이 가득한 주호 얼굴. 아빠, 라고 부르는데 너무 예뻤다. 안녕 인사를 해줬다. 나도 보고 싶다 주호야. 배가 고파서 일본 라멘집에서 매운 돈코츠를 먹었다. 한국 와서 먹고 싶은 건 매운 거였다는 걸 알았다. 집에 가서 매운 거 먹어야지. 시간대가 돌아오니 좋다. - 06:20 - 08:10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강철부대W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사실, 강철부대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니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휴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도 집중된 상태같기도 하고. 쉬고 싶었다. 그러고선 하늘에서 잠이 들었다. 중간에 눈을 떴을 때, 우리나라가 너무 아름다워보였다. 산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고, 해가 뜨는 아침에 산들 사이사이로 하얀 구름들이 낮게 깔린 모습이 멋있었다. 저 구름 아래에서 잠들어 있을 사람들은 오늘의 날씨가 어둡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늘에선 달라보였다. 더 높은 상층부의 구름들이 증발하면서, 뚫고 내려온 햇살이 산들 사이에 끼어 있는 구름을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구름들은 장엄하게 증발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낮이 오는 거다.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한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단일민족이라는 것도 멋지다. 나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래서 내 아이가 살아갈 이 나라가 더 멋진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이 나라를 위해서, 이 공동체를 위해서 배려 있는 사람으로 커갔으면 좋겠다. 나부터 해야겠지. 이제 컨디션이 어느 정도나 좋아졌을까. 집에 돌아가면 육아 시작이다. 제왕절개를 할지, 내일 서울을 갈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나의 고민이 무엇이고, 무엇이 힘들었을지 들어봐야 한다. 내가 체력이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다. 해보자. 보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 더 행복해지고 싶다. 반드시 꿈을 이룰 거다. 그런 울컥한 마음이 드는 마지막 비행이었다. - 19:00 - 21:00 주호 재워놓고 회에 치킨을 먹었다. 나는 소주도 한 잔 하고 싶어서 소주도 먹었다. 소주가 들어가자 몸이 굉장히 나른해졌다. 졸렸다. 시차 적응이 필요했다. 힘든 하루였던가. 그래도, 장모님께서 고생하셨을 일주일을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회를 사드리고 싶었다. 얼마 안 되지만. 방어 회가 맛있었다. 치킨도 맛있고. 그리웠던 음식들. 장모님도 소주를 두 잔 정도 마셨다. 정리를 한나와 내가 하고 그러고선 방에 들어왔다. 나는 뭉쳐야 찬다를 보려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 16:00 - 19:00 한나와 장모님이 안 계시고, 내가 주호와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다른 걸 하면서 주호를 봤지만, 오늘은 주호만 보고 싶었다. 주호가 노는 방식, 노는 모습,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이제는 원하는 게 있으면 들고 내게로 온다. 해달라고. 나는 거북이 꼬리를 당겨서 거북이가 앞으로 나가는 걸 알려줬다. 하나하나. 영어로. 주호야 사랑해. 그런 벅찬 가슴이 계속 들었다. 시간이 되고, 주호를 길게 씻겼다. 물놀이도 해주고. 나와서 밥은 장모님께서 해 놓은 소고기 무국 버전의 이유식으로 먹였다. 주호가 잘 먹었다. 그러고선 양치를 하는데 한나와 장모님이 돌아왔다. 주호가 잠깐 놀다가, 음식을 시키고, 바로 주호를 재우기 시작. 주호를 눕히다 앗차 주호가 깨서 한나가 다시 들어와서 마무리를 했다. - 14:00 - 16:00 주호가 잠이 들었고, 나도 주호를 따라서 잤다. 한나는 3시에 장모님과 사우나를 떠났다. - 08:10 - 09:10 공항에서 짐을 찾고 조성민과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출발. 빠르게 집에 왔다. 평소에 안 다니는 길인데, 기사가 그 길로 갔다. 굉장히 빨랐다. 주호를 재우기 전이어서 한나에게 연락이 왔다. 다 도착했어! - 09:10 - 10:30 잊을 수 없는 모습. 주호가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내게 안기는 모습. 안긴채로 어쩔 줄 모르는 모습. 계속 안기려고, 더 안기려고, 깊게 안기려고 하는 것 같은 그 느낌. 고마워 주호야, 아빠를 기억해줬구나. 사랑해. 보고 싶었어 아빠도! 짐을 풀었다. 선물을 가족들에게 나눠줬다. 너무 뭐가 없는 느낌이었다. 산다고 샀는데. 허전하기도 했다. - 10:30 - 12:00 장모님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었다. 간장게장도 맛있고, 김치부침개가 너무 맛있었다. 미역국도 먹고, 여러 종류의 김치, 나물들도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들어갔다. 한국이 그리웠던 거다. 다 같이 밥을 먹고, 나는 조금 피곤이 몰려고오 있었다. - 12:00 - 14:00 이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도 피곤해서 잠깐 40분 정도 잤던 것도 같다. 샤워를 했고, 주호가 깰까봐 나는 드라이도 못하고 잤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을 보면 그럴 시간이 아니다. 주호가 점심을 먹었을 시간이고, 그 이후에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자러 들어갔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