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제왕절개 날짜 잡기입니다.
### Summary Today
- 한나와 다툼, 눈물
- 아침에 날카롭게,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한나. 나는 회사에 도착해서 감정을 제어하다가 결국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241029 주아 출산 전 한나와 다툼]]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내 LA 출장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걸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 한나의 답장이 왔고, 요즘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이야기를 했다. 짠했다. 기분 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말에 기분이 풀렸다. 점심에 집에 갔을 때, 그래서 한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한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었다. 장모님도 그 모습을 모두 보고 계셨다.
- 제왕절개 날짜를 잡다
- 날짜가 잡혔다. 11월 8일 금요일. 조인호 원장. 예전에 우리가 어이없어 했던 의사였다. 재천이로 착각하고 지냈는데, 인호를 만난 순간 바로 알았다. 이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걸.
- 주아가 나오는 날이 정해지고, 누나에게도 날을 알려줬다. 이제 모든 시계가 11월 8일을 향해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11월 8일로 우리의 인생도 운명이 바뀔 것만 같았다.
### Day Records
- 07:30 - 09:30 아침부터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다. 나는 원래 오늘 일을 하고, 내일 휴가를 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정을 빠르게 정하는 게 한나한테도, 누나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오늘 오후에 산부인과를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나에게 그런 제안을 했었는데, 한나의 반응은, 몇시에 나올 건데? 2시? 2시에 나오면 어떡하라고. 오늘 할 거 많아. 나 보건소도 가야 돼.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 나는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라고 말했는데, 뭔가 내가 회사에서 12시에 안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해서 그랬다. 나도 오랜만에 회사를 가는 거고, 일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모님은 중간에서 눈치를 보셨고, 나는 한나의 말하는 방식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아침부터. 결국 나는 회사에 도착해서 지하 주차장에 앉아서 생각하다가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내가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도, 내게 미국 출장이 어땠는지 묻지 않은 것도 충격이었다고. 내게 관심이 없으면서, 존중하지 않으면서 너에게 충성을 바라지 말라고. 그럴 마음없다고. 해놓고 나니 너무 내가 세게 말한 것도 같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데 한편으론 내가 한나에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나도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내가 상처받고 물러서고, 마음이 닫히는 걸 경험할 것 같으니까. 이혼을 생각할 것 같으니까. 문자를 보지 않은 것 같아서 지울까 하고 고민도 여러번 했지만, 한나가 읽고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 11:00 - 11:40 메타기획과 통화. 이성민 실장과 통화하면서 이번 준비에서 필요할 법한 내용, 중점들을 설명해줬다. 예산안으로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을 했다. 40분 가까이의 통화. 메타가 되면 정말 좋은 일이긴 하다.
- 06:00 - 07:30 아침에 정말 늦게 일어났다. 주호가 늦게 일어나는 것도 있고, 나도 늦게 일어나게 된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건 이제 안 하게 되려나. 아침이 늦어지니, 하루를 쫓기는 느낌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나 혼자서라도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늦었기 때문에 어제 만든 이유식으로 주호 밥을 해줬다. 장모님이 일어나서 나오시고. 아침이 시작됐다.
- 09:30 - 11:00 한나에게서도 장문의 문자가 왔다. 우리의 오고간 문자를 한 번 정리해놓겠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했다. 이해한다. 그리고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놓였다. 정말 내게 또 못되게 말하고, 힘들게 말했다면 나는 참지 못했을 거다. 정연 선배한테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설명했다. 나 대신 제안서 평가까지 부탁한다는 요청. 그렇게 해서 일단 11월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41029 주아 출산 전 한나와 다툼]]
- 17:50 - 19:30 주호 씻기고 밥 먹이고 재우기. 한나와 장모님은 방으로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렸다.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서 있고, 나 혼자서 주호를 밥먹이고 재웠다. 힘들지 않았다. 주호를 눕이다 재채기가 나와서 주호가 깨버렸는데, 주호랑 같이 누워 있으면서 주호가 잠드는 걸 지켜봤다. 요즘 이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주호가 그냥 잔다. 뒤척이다가 잔다. 그러면서 내 옆으로 오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너무 좋다.
- 19:30 - 21:20 피자헛 피자를 시켰다. 한나가 먹고 싶은 피자.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라면이 먹고 싶다는 장모님 말씀에 바로 육수를 끓여서 라면을 얼큰하게 끓였다. 상당히 얼큰하고 맛있는 라면이 됐다. 아이스크림은 장모님이 쏘시겠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밌었다. 내가 얼마나 요리에 대해 성장했고, 또 진심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나가 나중에 해야 한다는 것도 동의. 아이들은 요리를 하는 사람을 따른다고 한다.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해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유튜브로 AI 관련된 걸 봤던가, 뭘 보면서 한나 발을 주물러 주다가 잠이 들었다.
- 13:00 - 14:40 주호를 재워놓고 나도 잠이 들었다. 아마도 점심에 김치볶음밥에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었을 거다. 한나는 내 기분을 더 봐주는 것 같았다. 피곤한 내가 더 잘 수 있게 해주고선, 2시 40분 쯤 되었을 때 나를 깨웠다. 졸렸다. 잠이 깨지 않았다. 커피를 내리고 나갈 준비. 가보자.
- 14:40 - 16:50 소아과로 가서 주호 약을 처방 받았다. 승문이는 여전히 느자구다. 한나가 정밀 초음파를 하는 20분 동안 주호 우유를 먹이고 같이 놀아줬다. 엄마가 안보이면 엄청 울더니, 이내 곧 진정하고선 나와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보일 땐 엄마가 안아주지 않으면 우는 게 요즘 특징이다. 조인호 라는 선생님한테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이럴수가. 재천이가 군인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였는데 조인호와 대화를 나누다 이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임산부는 연어 안됩니다.", 나를 혼내키던 그 선생님. 이번에는 자신이 1시간 동안 꿰맨다는 이야기, 둘째를 제왕하면 질이 늘어나지 않아서 남자들이 좋다는 이야기, 20대 여자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와이프를 고쳐서 쓰는 게 낫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럴수가!!! 인호야 그만! 그래도 1시간 동안 꿰맨다는 이야기에 참았다. 당신의 실력을 믿어보겠다. 11월 8일(금) 9시로 제왕절개 날짜를 확정했다.
- 16:50 - 17:50 집으로 와서 놀이터에서 주호를 잠깐 풀어줬다가 공놀이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금방 주호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세인트 제임스 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주호가 귀여웠다. 이제 주아가 올 날이 결정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누나한테도, 어머니한테도 모두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 누나가 스탠바이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 11:40 - 13:00 12시까지 일을 보고, 퇴근을 누르고 집으로 갔다. 한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한나는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아침에 다툰 걸 장모님도 아셨는지,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또 한나한테는 눈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쨌든 우리는 아침에 긴 문자로 화해를 했고, 서로의 마음에 대해서 이해하게 됐으니, 그걸로 다 푼 거다. 나도 미안해, 나는 작은 소리로 손을 잡고 말했다. 장모님이 해주신 김치볶음밥을 같이 먹고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