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마라톤 10번째 목표 이루기입니다.
### Summary Today
- 혼자서 95km, 주호와 100km
- 처음으로 주호와 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뇌가 흔들리고 그런 게 걱정이긴 했지만, 지난 번 자전거를 태웠을 때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에 나는 마음 먹고 주호와 달렸다.
- 삼락생태공원을 제대로 본 건 처음이다. 너무 편안했다. 탁 트인 시아 덕분에 기분이 다 좋아졌다.
- 한나가 함께 해준 덕분에 이렇게 마지막 10번째 메달을 모을 수 있었고, 내 목표를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 이룰 수 있었다. 행복한 성취감.
### Day Records
- 04:40 - 06:30 주호가 일찍 일어났고, 밤새 잠을 못잔 한나는 주호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다가 나도 짜증이 나서 주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주호를 앉혀놓고 뽀뽀를 해줬다. 주호도 엄마한테 혼나서 그런지, 내게 더 안기려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주호야. 얼른 놀아. 주호가 노는 사이에 나는 어제 가져온 게살로 주호 밥을 했다. 거의 6인분이 나왔다. 식기들을 전부 정리하고, 주호 밥을 다 소분해서 넣어뒀다. 아침 시간은 길었고, 간만에 미라클 모닝이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런데 아직 나는 마라톤을 달릴지 말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나의 결정에 맡기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 06:30 - 08:00 주호 밥을 먹이면서 The System이라는 책의 이북을 들었다. 왜 샀을까. 내용은 그냥 주인공의 자전적인 내용인데, 아직까진 큰 재미는 모르겠다. 좋다면 Siri가 좀 자연스럽게 읽어줘서 편하다는 것? 한나는 늦게 일어나서 나왔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 보다. 한나가 나왔을 때, 내 눈치를 보는 느낌이었고, 내가 괜찮아? 잘잤어? 라고 하는 한 마디에 한나도 기분이 뭔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기분대로, 내 감정대로 행동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 08:00 - 10:00 한나와 나가기로 결정. 얼른 밥을 싸라고 해서 몸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얼른 밥을 포장했다. 한나가 먼저 나갈 준비를 하고 이어서 나는 주호 짐을 싸고, 내 짐을 쌓다. 마라톤 옷을 입고 운전을 해서 가는 길에 사과와 바나나를 먹는데, 거기서부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뭔가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사상 마라톤은 주최측의 준비 수준을 보면 최악이었다. 일단 출발지에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돌아야했고,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문제없이 출발선까지 갈 수 있었지만, 너무 불편했다. 또 5km를 먼저 달리게 해놓고, 10km와 충돌하게 만드는 구조도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주호와 같이 달릴 생각에, 컨디션이 좋은 주호 덕분에, 생태공원이 너무 아릅다웠다.
- 10:00 - 12:00 주호와 달리기 시작. 5km 그룹에 끼어서 달렸다. 처음엔 그냥 걸으려고만 했는데, 오히려 빠르게 돌고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시간을 채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주호와 달리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응원도 해주고, 주호가 이쁘다고 해주고 기분이 좋았다. 자전거가 살짝 형편없긴 했고, 또 내 몸이 너무 운동한 몸이 아니어서 민망했지만, 나는 5km 정도는 거뜬히 달릴 수 있는 몸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신나게 달렸다. 주호도 신난지 소리를 연신 질러댔다. 너무 예뻤다. 돌아와서 메달을 받고, 한나와 사진도 찍고, 잔디를 처음 보는 주호는 신났는지 잔디를 뜯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랑스러워. 대저생태공원은 정말 가슴이 뻥 뚫리게 좋은 뷰를 가지고 있어서 다음에 또 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12:00 - 14:00 아웃백을 갔다. 처음으로 오바하지 않고 적당히 시켰다. M포인트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9만원 정도가 나왔고, 절반을 M포인트로 썼다. 한나가 먹고 싶은 음식을 전부 시켰고, 나는 주호 밥을 먹이면서 한나가 입에 넣어주는 음식들을 먹었다. 가족이라는 느낌, 한나와 이런 순간이 행복하다. 중간에 주호가 응가를 해서 주호를 데리고 화장실을 갔다. 기다리던 응가긴 했지만.. 바지가 불편해서 옷을 다 벗겨야 했다. 사람들이 들어올까봐 긴장하면서 주호를 재빠르게 씻기고, 기저귀도 갈고, 엉덩이도 씻기고 옷을 입혔다. 점점 아빠로서 모든 게 다 늘어가는 기분이다.
- 14:00 - 17:00 주호와 같이 침대에 누워서 잤다. 단잠이었다.
- 17:00 - 20:00 길게 잔 우리 주호가 일어나고, 침대에서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다 함께 거실로 나와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버린 실로폰 막대기를 화면을 다시 돌려보면서 결국엔 찾았다. 한나는 아이폰16pro에 설치를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데다가, 기존의 아이폰을 그대로 복사해서 넣다보니 나는 그게 불만이었다. 나였다면 전부 다 지우고 했을 텐데. 아이폰을 저렇게 쓰다니? 카메라 기능이 너무 복잡해서 내가 쓰기에도 뭔가 불편함이 있긴 했다. 한나는 더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주호 밥을 먹이다가, 한나와 교대를 했고, 나는 잡채에 들어갈 야채를 손질했다. 시금치가 갈듯말듯한 상황이어서 얼른 다 쓰고 싶었다. 당면이 적었지만, 야채들을 더 많이 넣어서 충분히 맛있게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주호를 재웠다. 주호는 오늘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다시 또 금방 잠이 드는 주호. 자전거의 진동을 견디느라 힘들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안쓰럽고 또 미안하기도 했다. 혹시나 뇌에 문제가 생겼을까봐 일어났을 때 자세히 지켜보고 있었고,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 20:00 - 21:30 잡채와 김치전을 만들었다. 잡채 만드는 건 정말 즐겁다. 칼질을 할 때의 쾌감과 깔끔하게 요리가 되어가는 모습, 그리고 정리가 완벽하게 되는 그 기분이 정말 좋다. 잡채는 맛있었다. 한나도 좋아했다. 김치전은 살짝 밍숭맹숭하긴 했는데, 나는 그럭저럭 신 김치 맛으로 먹을 만 했다. 내일 나 혼자 집에 와서 먹으면 될 것 같다. 한나는 속이 안 좋아서 또 토할 것 같은 느낌.
- 21:30 - 23:00 아이스크림을 엄청 먹었다. 그러면서 뭉쳐야 찬다를 봤다. 3:3 동점. 재밌었다. 게바라 선수의 활약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우디고는 상대팀 9번 에이스한테 엄청나게 당했다. 3골을 우디고의 실책으로 먹혔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뭉찬을 다보고, 흑백요리사를 다시 틀었다. 자기 아쉬웠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들고. 넘겨가면서 새로운 요리를 확인했다. 그러다 결국 잠들었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흑백요리사부터 떠올랐다. 뇌가 어떤 상태인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