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s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 단 하나의 일] ### Summary Today - 울었다, 그것도 크게 - 누나가 떠나던 날이었다. 오전에 나는 세차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오후에 누나와 규리, 주호를 데리고 차이나반점을 갔다가 실패해서, 다른 중국집을 갔는데 그 시간이 참 불편했다. 누나의 네거티브한 에너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 누나는 집을 나서면서 울면서 나갔다. 어떤 눈물이었을까. 규리는 먼저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나도 규리를 안았다. - 그렇게 떠나고 난 뒤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음악을 틀었다. 그런데 음악이 너무 슬픈 음악이었고, 나는 청소를 해놓고 주호랑 놀면서 울었다. 누나가 애전했다. 규리가 짠했다. 돈이 없어서 이렇게 누나의 인생도 변해버렸고, 내 인생도 짠했고. - 당장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는 장례식을 치룰 비용조차도 없다. 그런 가난한 내 상태가 너무 싫었다. 누나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런 생각에 나는 눈물이 났다. 반드시 성공하리. 누나와 불편했던 마지막 이틀 정도에 나는 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해내리. ### Routine Check - [x] 하루 기록 점검하기 - [x] 빠진 하루 요약 체크하기 - [x] 목표 리뷰하기(옴니) - [x] 최소 1개 영구노트 만들기 - [x] 다음날 Highlight 작성하기 ### Permanent Note ### Day Records - 06:10 - 08:10 주호 기상. 늦게 일어나줬다. 그런데 새벽에 오줌을 쌌다. 한나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옆에서 잔 게 처음인데, 잘 자줘서 고마웠다. 오늘 저녁에도 이렇게 자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서 주호를 돌 보는 일이 생각보다 할만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실로 나와서, 누나한테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나는 입트영을 틀어놓고 주호 밥을 먹였다. 역시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중요하다. 주호가 밥을 다 먹자 홍시도 먹였다. 나는 커피를 마시고, 클리어씽킹도 들었다. 누나가 자고 있는 사이, 집 청소도 시작. 누나가 나왔을 때도, 침대 시트 같은 것도 벗겨놓고 내 루틴을 찾기 위해서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근 누나 얼른 가, 하는 눈치를 준 것도 같다. 무튼, 그러고선 일을 보면서 어제 옵시디안을 간단하게 기록했다. 저녁에라도 주호가 자면 다시 길게 입력해야지. 누나는 아이패드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쿨하게 아이패드를 지워서 규리한테 줬다. 잘써 규리야! - 08:10 - 09:40 이 때, 이 시간에 한 일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청소를 계속 했다. 안방 침대시트도 정리를 좀 하고, 청소기를 다 돌리고, 거실 매트도 찍찍이로 좀 닦고. 9시가 됐을 땐 주호 우유도 먹이고. 누나랑 단비 언니 만난 이야기도 묻고. 누나가 잡채를 물어봐서, 잡채도 데워다 줬는데 간이 안 됐다고 해서 살짝 또 욱 하기도 하고. 물론 티를 내지 않았지만. 누나의 네거티브 에너지. 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른 나가서 세차좀 하고 오자. 세차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 09:40 - 11:50 세차 시작. 우선 트렁크에 있는 유모차와 자전거를 뺐다. 차의 수납장에 있는 것들도 전부 빼서 버리고, 집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세차장에 가서 1시간 반을 세차를 했다. 이것도 설거지와 비슷했다. 머리가 좋아야 했고, 여러번 해서 숙달되어 있어야 했다. 실내 세차를 먼저 했는데, 먼지를 에어블로우로 날릴 수 있었는데, 그걸 행주 같은 천으로 닦고 있었다. 바보 같았던 거다. 에어블로우를 나중에 사용해서 다 날리고, 아래 바닥을 정리하고, 하나하나 해나갔다. 마지막에 세차가 다 끝났을 때, 뿌듯했다. 물론 버그가 잘 지워지진 않았지만, 깔끔해진 차를 보면서 진짜 내가 목욕을 한 것처럼 뿌듯했다. 아쉽게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머리를 자를 순 없었다. - 11:50 - 14:00 점심 먹으러 나갔다. 차이나 반점으로 향했다. 자리가 꽉 차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고, 현실이 됐다. 군인들이 대파티를 하고 있었다. 차이나 반점을 가는 게 처음부터 은근 귀찮기도 하고, 주호 의자가 없어서 다른 곳을 가고 싶었는데,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결국 계획 변경. 한나랑 코스요리를 먹었던 곳으로 갔다. 시간이 꽤 걸렸다. 도착해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시켰는데, 탕수육을 빼곤 너무 맛이 없었다. 짬뽕에서 쓰레기 맛이 났다. 음식도 맛없고, 뭔가 분위기도 불편했다. 누나의 네거티브 에너지를 내가 감당하고 있다는 느낌. 예민하고 날카로운 느낌들이 오갔다. 한나에게 조금 늦을 거라고 말하고, 집에 도착해서 한나가 말한 캐리어와 짐 몇개를 챙겨서 조리원으로 떠났다. - 14:00 - 16:00 주아 모자동실. 피곤했지만, 모자동실을 하러 가서 수유를 하는 한나와 주아를 만났다. 주아의 머리는 너무 작았다. 주호 때처럼, 정말 그 작은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이 신기했다. 주아가 똥을 싸서 씻겨줬는데, 속싸개 싸는 것도 기억이 안나다가 한 번 펼쳐보면서 아 그래, 이렇게 했었지, 하고 기억이 났다. 생식기가 남자와 달라서 똥이 묻어 있는 부분을 해결하는 게 살짝 난처했다. 그래도 그냥, 해왔던 대로 해치웠다. 주아가 잠들고, 한나한테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누나가 있어서 좋지만 그래도 우리 루틴대로, 깨끗하게 하고 그런 게 그립다고 말했다. 나는 좀 자고 싶었지만, 구민서 실장이 오가는 바람에 잠도 자지 못했다. 잠깐 5분이나 잤을까, 그러고선 한나가 사준 100원 커피를 마시고,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서 16시에 나는 나갈 수밖에 없었다. - 16:00 - 17:00 누나의 갈준비. 나는 누나 핸드폰에서 에어드랍으로 사진들을 전부 옮겼다. 그러고선 빠르게 그 동안의 시간들을 훑어봤다. 기록을 이렇게 남기지 않는 사람들은, 사진으로라도 이런 기억을 재생시킬 수 있다. 누나의 출발까지 몇분이 남지 않은 상태, 나는 그런데, 은근히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가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서 혼자이고 싶었다. - 17:00 - 19:10 누나랑 규리랑 작별. 규리는 나가기 전에 먼저 팔을 벌려서 내게 안기며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 규리야. 누나는 울면서 먼저 저 멀리 나갔다. 왜 우는 거야 누나. 그렇게 누나와 규리가 떠나고, 나는 주호랑 있으면서 펑펑 울었다. 누나의 삶이 너무 애잔했다. 그리고, 내 삶이 너무 애잔했다. 나는 지금 돈이 없다. 누나도 돈이 없다. 누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평생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게 꿈이라니. 누나는 돈이 없기 때문에 그 일을 선택하려 했다. 나는 뭔가. 나는 돈이 없어도 너무 없고, 만약 어머니가 갑자기 내일 돌아가신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돈이 없는 누나와 나는, 어머니의 장례도 제대로 못 치룰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마음이 너무 아팠고, 슬펐다. 그래서 엉엉 소리를 내서 울었다. 하필 그때 나는 클래식을 틀어놓은 상태였고, 음악이 너무 슬펐다. 엉엉 소리가 날 정도로 운 게 얼마만이었을까. 주호는 내가 그런 소리를 내면서 울자, 내게 와서 안아줬다. 다시 나가더니, 어디서 물티슈를 들고 나타났다. 그래서 더 울었다. 고마워 주호야. 나는 30분 가까이 울었던 것 같다. 눈물을 참으려고 해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반드시 해낸다. 이 말을 소리 내어 말했다. 무조건 나는 해낼 것이다. 성공할 것이다.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가슴이 진정이 되고 나서, 이 순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거라고, 이 눈물을 잊지 않을 거라고, 이 순간이 내 삶에 큰 원동력이 될 거라고 다짐했다. 누나가 와서, 좋았지만 불편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슬펐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덕분에 나는 이렇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내 다짐을 더 단단히 할 수 있었다. - 19:10 - 20:30 주호를 재우려고, 하면서 나타샤와 통화. 나타샤한테 오빠라는 단어 때문에, 주호가 어린 애기임에도 편견이 들어간다는 말을 했다. 사실 이 말을 잘 설명하고 싶었는데 너무 엉성했고, 미안했다. 잘 못알아 들을까봐. 내 영어가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래도 나타샤는 다 이해한다고 했다.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말에서 오빠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를 설명해줬고, 끝끝내 내 말을 이해했다. 무튼, 그러고서 주호를 재우는데, 잠이 들었던 주호를 눕힐 때 깨는 바람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 20:30 - 21:30 주호 재우기 실패. 교촌치킨이 왔고, 어쩔 수 없이 9시에 나는 교촌을 먹었다. 주호가 배고픈지 입을 벌려대서 계속 밥을 줬다. 밥을 먹지 않은 아이처럼 먹었다. 아차 싶었던 건, 이럴 거면 밥을 같이 먹었어야 했다는 것. 식사를 이렇게 따로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까봐 살짝 걱정이 됐다. - 21:30 - 22:00 늦게 잠이 든 주호.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