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Today - 주호랑 미용실 - 며칠 동안 나는 긴 머리로 지내느라 답답했다. 머리를 자르지 못하니 일상이 어지러진 기분이었다. 집에서 어제는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주호까지 데리고 미용실을 갔다. 미용실을 나서기 위해 마음을 먹는 것부터 모든 게 다 도전이고 용기였다. - 기본값이 작동하고 있는 걸 느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내 욕망을 이해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서 보면 별 거 아닐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갔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겁도 많아진다. 그냥 가면 끝이다. 주호는 머리 자르기를 실패했지만, 나는 주호를 데리고 미용실 가기에 성공했다. ### Day Records - 05:30 - 06:00 5시 30분부터 6시 하루를 시작하기엔 너무 힘들었다. 간밤에 주아를 내가 계속해서 케어했다. 한날을 더 자게 하고 싶었다. 한나는 잠을 충분히 자면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더 좋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아를 혼자서 새벽 내내 보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치만 시간도 애매했고 한나가 3시 반쯤 나왔을 때 아예 한나를 더 푹 자게 하고 싶었다. 5시 반부터 6시 사이였는데 그때 모두가 일어나야 했지만 나는 가서 좀 더 자고 싶었다. 한나가 들어가서 자라고 했다. - 06:00 - 07:00 6시부터 7시 한 시간 정도 잘 수 있었다. 그 사이 한나는 주호밥을 만들었다. 까르보나라 소스를 만들어서 소고기를 넣고 브로콜리를 넣어 밥을 만들었다. 한나는 주아가 똥을 쌌다고 나를 깨웠고 나는 나왔다. - 07:00 - 09:00 한나는 주호밥을 먹이고 있었고 나는 주아를 씻기고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내렸다. 집이 살짝 어슬러져 있었고 나는 집을 치우면서 주아를 또 밥을 먹이면서 한나와 대화를 했다. 요리를 했다는 게 너무 대단하다고 계속해서 칭찬을 해줬다. 주호가 밥을 다 먹고 나왔을 때 주어랑도 놀아주고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09:00 - 11:00 주호 우유를 먹이고 주호랑 놀아줬다. 한나는 유축을 하고 있었다. 주호랑 놀아주면서 이제 곧 주호가 잘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9시 45분 정도 되었을 때 주호를 재웠다. 아기띠를 하고 앉혀서 재웠는데 금방 잠이 들었다. 나는 배가 고팠다. 한나와 점심을 뭘 먹을지를 계속 이야기했다. 잡채를 하기로 했다. 한나는 주아를 보고 있었고 나는 잡채를 만들었다. 주호 점심을 먹일 밥도 재료를 미리 손봤다. - 11:00 - 13:00 우리는 잡채와 밑반찬들을 같이 해서 밥을 먹었다. 한나는 샐러드를 먹었다. 한나는 내가 만든 잡채가 맛있다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가 밥을 다 먹었을 때쯤 주호가 일어났다. 나는 얼른 우리가 먹던 것을 대략 치우고 주호밥을 만들었다. 소고기 무국 베이스의 이유식이었다. 금방 만들어서 주호를 먹였다. 그러다 한나가 주호를 먹이기 시작했고 나는 정리를 했다. 치울 게 많았다. 그래도 하나씩 다 치웠다. - 13:00 - 14:00 집안 정리를 하고 나는 나갈 준비를 슬슬 하기 시작했다. 한나가 내 귀도 파줬다. 미용실을 갔을 때 내 귀가 지저분한 게 한나한테도 창피한 모양이다. 나도 창피하다. 주호 옷을 입혔다. 예쁘게 입혔다. 청바지를 입혔는데 잘 어울렸다. 티는 스티브 잡스 같은 티였다. 잠바도 입혔다. 이제 곧 나갈 준비 떨렸다. - 14:00 - 16:00 미용실에 갔다. 내가 유모차를 걸고 미용실에 들어갔을 때 모두가 쳐다봤다. 그 시선이 한 번에 확 느껴졌다. 이겨냈다. 지나 팀장이 있는 곳 근처에서 기다렸다. 정신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대화도 하지 못하고 커트를 했다. 나부터 커트를 시작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집중해서 하겠다고 말을 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지나 팀장이 내 머리를 빠르게 깎았고 내 머리가 다 끝났을 때 내가 머리를 감아야 했는데 그 사이 주호를 지나 팀장이 봐줬다. 미용실을 두 바퀴 정도 돌고 왔다고 했다. 그러고선 주호 머리를 깎으려고 했다. 실패였다. 주호가 바리깡 소리만 들어도 울었다. 두 번째 실효 실패였다.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지나 팀장과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지나 팀장한테 너무 고마웠다. 왜냐하면 정신이 없었을텐데도 이렇게 배려해서 해준 게 너무 고마웠다. 나는 밖으로 나와 1층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우리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2만 1000원어치 담았다. 붕어빵도 샀다. 집에 와서 붕어빵을 먹었다. 주호가 붕어빵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붕어빵을 먹고 우유를 먹고 다시 붕어빵을 먹는 것을 반복했다. 완벽한 조합을 찾는 것처럼 그렇게 먹고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았고 귀여웠다. - 16:00 - 18:00 정말 이때에는 시간이 가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다. 주호도 조금 졸려하는 것 같았다. 밥을 먼저 먹였다. 17시가 넘었을 때 밥을 먹이고 그리고선 씻겼다. 주호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힐 때 주아도 똥을 쌌는지 한나가 옆에서 옷을 갈아입혔는데 그때 주아가 엄청 새파래 보였다. 연달아 토를 했다. 옷을 또 갈아입혔다. 또 토를 했다. 나는 빨래를 개면서 주아를 계속해서 봤다. 그때 내가 방구를 꼈었는데 한나가 그것을 예민하게 물었다. 험한 말들을 했다. 정말 싫다고 했다. 무안했다. 그런데 방구가 나오는 걸 어떡한단 말인가. - 18:00 - 19:30 나는 주호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주호를 재우는데 주호가 자꾸만 울었다. 나는 주호를 얼른 재우고 옵시디안에 위스퍼를 활용해서 어제의 기록과 오늘의 기록을 했다. 그러면서 교촌치킨도 시켰다. 기록은 그래도 하루 치를 입력하는데 10분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편하게 기록을 할 수 있어서 좋다. - 19:30 - 22:00 교촌치킨을 먹으려는 그 순간, 주아가 울었다. 나는 주아를 안았고, 한나는 나를 먹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저녁 식사를 한 게 도대체 며칠 째인지. 주호가 자고 있다는 게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조금 봤다. 고아성이 한국이 싫어 해외로 가서 생활하는 이야기인데, 공감이 가는 디테일들이 있긴 했지만 또 한편으론 공감이 가지 않는 억지 설정도 느껴져서 불편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는 고아성 캐릭터가 연기하는 인물의 나이와 다르기 때문인지 그저 그랬다. 예전에 88만원 세대라는 제목으로 달린 한겨레 21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 거기에 나온 이야기 중, 왠지 해외에 가면 꿈이 이뤄질 것만 같다고 느꼈던 그 기사. 그걸 읽을 때의 내나이가 21~22살 정도였으니. 이제는 이런 주제가 나랑 맞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