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mmary Today
- 주아를 등에 업는 혁신
- 처음으로 주아를 등에 업어보았다. 손이 자유로워져서 주호 케어와 집안일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변화가 육아의 큰 혁신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요리하는 아빠로 거듭나다
- 배달음식의 유혹을 이겨내고 점심과 저녁을 모두 직접 요리했다. 카레, 버섯볶음, 계란말이 등을 만들었고 한나의 칭찬에 뿌듯함을 느꼈다. 요리를 통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챙기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 독서와 육아의 조화
-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며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주호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서하는 습관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방 정리와 새로운 시도들
- 컴퓨터 세팅, 주호 인스타 업데이트 등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 Day Records
- 07:00 - 10:00 한나가 깨워서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7시가 된 줄 몰랐다. 주호는 아침부터 나를 깨우고 있었는데 나는 새벽 5시일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다. 한나가 깨워서 나왔을 때 7시였고 나는 이미 잠을 많이 잔 상태였다는 걸 알았다. 한나는 자고 싶다고 했고 한나만 교대를 했다. 주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밥을 먹였다. 오늘은 주호가 밥을 잘 먹었다. 평소와는 달랐다. 많이 회복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주아가 울어서 주아를 데리고 나왔다. 한나가 더 잘 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고선 주호 밥을 다 먹이고 약을 먹이고 같이 놀아주다가 주아를 처음으로 등에 멨다. 엄청난 혁신이었다. 일단 내 손이 자유로워질뿐더러 주호를 케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앞으로 주아를 안고 있는 거나 뒤로 주아를 안는 건 똑같다. 하지만 확실히 자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해서 집안일도 하고 주호도 같이 돌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아를 등에 얹고 나니 주호 똥도 갈아줄 수 있었고 청소기도 돌릴 수 있었고, 빨래도 할 수 있었다. 설거지도 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전에 나는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이란 에세이를 다시 읽었다. 너무너무 좋았다. 주호에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호가 책에 더 친숙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내 스스로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것 같다. 뭔가 적막하고 적적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묻어있는 글이다. 오늘 읽었던 글은 김천에서 자고 나를 안에 있는 풍경들, 그리고 김천에 있는 법원에 떠돌던 소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던 일들, 그리고 그 소문을 확인하는 과정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그땐 몰랐다는 거, 하지만 지금은 알게 됐다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문장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또 취향마의 강아지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개는 발로 차지 않길" 이라는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너무 좋았다.
- 10:00 - 13:00 주호를 재우고 점심을 만들 준비를 했다. 점심 메뉴는 한나가 카레를 먹고 싶다고 해서 카레로 결정했다. 레시피를 찾아봤다. 카레도 만들고 또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4개로 준비하려고 했는데 주호를 재워놓고 30분 정도 열심히 하다 보니 버섯볶음까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점심을 먹었는데 한나가 너무 맛있다고 했다.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항상 깰 때마다 뭘 먹을지, 시켜 먹을지 이런 고민들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겨내고 이렇게 잘 시켜 먹지 않고 음식을 해 먹은 게 너무 잘한 일인 것 같다. 너무 뿌듯하다.
- 13:00 - 14:00 청소를 했다. 요리를 하면 항상 주방에 설거지 거리가 많이 나온다. 씻으면서 해도 계속해서 설거지 거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식기세척기를 쓰지 않고 내가 즉석에서 정리를 했다.
- 14:00 - 16:00 방 스파이크가 오고 있었다. 주아 밥을 먹이면서 심하게 졸았다. 점심 때 아무래도 배가 고프다고 밥을 많이 먹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졸면서 주아 밥을 먹이고 난 뒤에 한나와 예민해져서 조금은 투닥투닥하기도 했다. 주호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얼른 혈당을 낮추고 싶었는데 몸이 게을러지는 걸 느꼈다.
- 16:00 - 17:00 혈당이 어느 정도 낮아지고 주호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놀다 왔다. 나는 새로 산 짐벌도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서 가지고 가서 놀았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원하는 만큼 조절이 쉽지가 않다는 것. 두 번째는 핸드폰만큼 휴대성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아이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샷을 연습해보고 주호랑 집으로 돌아왔다.
- 17:00 - 20:00 주호를 씻기고 주아를 씻기고 나도 샤워를 했다. 그러고 나서 주호 밥을 먹이고 주호를 재우기 시작했다. 주아도 울고 있었기 때문에 한나랑 나는 각각 아이를 안고 달래고 있었다. 어제도 이 시간에 이러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데자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나서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을 했다. 한나는 피자와 튜브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싫었다. 이건 기본 값이다. 지금 힘들고 지친 가운데 그냥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기본 값이다. 저항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한나가 기분이 뿌루퉁했지만 요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했다. 내가 만든 요리는 계란말이, 그 안에 치즈를 넣었고 두부 계란부침, 그리고 파스타 소스를 활용해서 야채볶음을 했다. 재밌는 건 이렇게 음식을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았다는 거다. 에너지가 소모되는 게 아니라 넘치는 것 같은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 20:00 - 22:00 방 정리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일이 늘어나고는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버리고 치우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사러 편의점과 마트를 갔는데 없었다. 이걸 사러 나갔던 이런 움직임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첫 번째는 혈당이 낮아져서 움직이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는 점. 두 번째는 하기 싫은 일을 했기 때문에 뇌에서 이를 추진력 있게 해 나가도록 돕는 점이었다. 그렇게 해서 방을 정리하다가 발도 다치고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 22:00 - 24:00 방의 컴퓨터 세팅을 완료했다. 모니터의 색상이 너무 달라서 조금 불편했다. 최대한 맞춘다고 낮춰봤는데 정확하게 똑같은 색이 구현되진 않는다. 핸드폰에 있는 사진들과 영상들을 라이트룸과 파이널 컷에 저장했다. 그리고 주호 인스타를 업데이트했다. 주호 사진들 중 예쁘게 찍힌 것들을 업로드했다. 긴 글을 써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글을 준비하지 못하면 사진 자체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사진을 올리고 그다음에 뭘 할지는 그때 정하자고 했다. 연구노트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잠이 오고 있었다. 나스를 분해해버린 바람에 옵시디언에 백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얼른 시놀로지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그건 다음에 하자.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수고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