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리뷰 ##### 24년 10월 21일(월) - How are you, LA? - 열한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LA에 도착. 숙소까지 가는 길에서 본 황량한 LA의 모습. 사막 같았던 도시의 느낌. 어렵게 체크인을 했다. 방 하나가 없다고 해서, 당황했고 영어가 어렵게 느껴졌다. 사정없이 빠른 영어였다. 그래봐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내용이었을 거다. 준비가 안 된 게 아쉽다. - 할리우드 거리는 더러웠고, 노숙자들이 가득했고, 대마 향이 흩날렸다. 영화의 메카라기엔 빈부의 격차가 느껴지는 도시.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또 살아가도록 냅둘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 저녁엔 한인타운 형제갈비에 가서 LA 갈비를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 포기하지 않는 기록 - 시간을 바꿔서라도 기록을 하겠다는 마음. 헷갈리지만, 한국 시간에 맞춰서 나는 옵시디안을 기록했다. 하나의 시간으로, 나는 여전히 흐르고 있으므로. 너무 좋은 방법이었다. 흘러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잊혀질 수도 있지만 기록으로 남긴다. ##### 24년 10월 22일(화) - 내 능력을 넘어서더라도 - 세션 정리를 했다. 내용이 정말 어려웠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름의 노하우를 세워서 포기하지 않고 세션들을 듣고, 정리했다. 키워드를 정리하고, 나중에 Transcribing 된 파일을 같이 참고해서 볼 생각이었다. - 내가 가진 능력보다 언제나 더 챌린지 한 것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발전할 수 있다. 두렵다. 챌린지는 항상 두렵지만, 성취감이 있다. 좌절감도 있지만, 결국엔 성취감이 있다. SMPTE 첫째날, 생각보다 어려운 주제들이 너무 많았지만, 잘 해냈다. - 인정 받는 사람이 되다 - 둘이서 맥주를 마셨다. Xia hong 어떤 딤섬집이었다. 맥주가 맛있었다. Three weaver라는 IPA는 잊지 못할 맛이다. - 정연 선배와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에 대한 평가였다. 내가 차차기 본부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내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 정도의 능력자라고 생각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이로써 이 회사에서 압도적인 존재가 되었다. 정말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 24년 10월 23일(수) - 집중력을 잃어버린, 그 동안 잃어버린 시간들을 기억하다 - 전날 마신 술로 아침이 상쾌하지 않았다. 집중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네이버 뉴스를 봤고, 흩어진 정신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Ovation에 갔을 때도 집중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생각했다. 그 동안 내가 술을 마시며 맞이한 수 많은 아침을. 지금으로썬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주호가 오고 나서 얼마나 건강한 아침을 맞이했던가.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지금 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사람이 됐다. 그래서 아쉽다. 후회도 된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보냈던 날들과, 그렇게 맞이했던 하루들이 아쉽다. 그때 다르게 살았더라면, 나는 외국어도 잘하고, 외국에서 대학도 더 다니고 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진 않았다. 가자. - Cursor AI, Rag, Computer Use, Langchain - 저녁에 숙소에서 전날 들었던 세션들을 정리했다. 정말 잘한 일이었다. 새벽 늦게까지 정리를 하면서 Cursor AI로 RAG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의 짜릿함과 유용함을 알게 됐다. 그 덕분에 이렇게 정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 날 링크드인에서는 AWS 대표인 Andy가 Computer use라는 신기능을 발표했고, 너무 놀라웠다. beta 버전이지만, 프롬프트를 활용해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다. AI가 나를 대신해서 컴퓨터를 해주는 그런 날이 오는 거다. - 잠은 오지 않았다. LangChain이라는 기술을 익혀야 할 거란 생각을 했다. 앞으로 수요가 이쪽에 더 커질테니까. AI가 두렵지만 꼭 함께 가야 하는 기술이라는 확신. 그러므로 나의 길도 이 쪽에 있다는 생각. 그래서 잠이 오지 않는 LA의 밤이었다. ##### 24년 10월 24일(목) - 백엔드 개발이라는 목표 - 두려웠다. 몸이 아프니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RAG 관련된 내용을 들으면서, AI라는 기술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생각했다. SA가 되고 싶은데, 지금의 나는 가진 게 없다. 개발을 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SA가 되는 건 정말 지금으로썬 가당치도 않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해내고 싶은 걸.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얼마나 더 도전해볼 수 있을까. 영어도 얼마나 부족한지. 그런 생각을 계속했다. - 하지만, AWS 염지윤님을 생각했고, 백엔드 개발자에 대해 더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책을 샀고, 결국엔 JAVA를 배워야만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 스스로, 컴퓨터 공학과 수준의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계속 도전해야 하고,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염지윤 님도 책에서 계속 두려워했다. 나도 할 수 있다. - LA에서 나는 내 부족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론 또 도전하고 싶은 나의 열정을 느끼면서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혼자서 영어로 LA 밤을 누비다 - 저녁이 되어, 용기를 얻고 싶었고 술을 마셨다. 정연 선배와 Tekila에 또 갔고, 거기서 Zee라는 체코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어를 잘한다는 말에 고마웠고 행복했다. 12년 미국에 살고 있는 Zee가 내 영어를 칭찬하다니. 대화가 잘 됐다. 거기서 만난 멕시코 남자도 내 영어를 좋게 생각해줬고, 발음을 더 편하게 하면 좋겠다고 조언도 해줬다. - 혼자서 찾아간 Elbow Room에서 Ari라는 동갑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가 너무 잘 들려 신기했다. 미국 사람이 된 것 같았던 밤. 그러니까 외로웠고 두려웠던 그 날의 나는, LA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다. 내 영어가 잘 된다는 사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이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 가보자. ##### 24년 10월 25일(금) - 두려움은 일시적인 것이었으므로 - 오늘의 아침은 어제의 두려움과는 달랐다. 영어를 충분히 잘하고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용기가 가득한 상태였다. - AWS 말고도 다른 회사들을 찾아봤다. IBM, Microsoft, Netflix. 특히 나는 Netflix에 갈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은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쌓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영어를 더 잘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다. 더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 있었다. - 여전히 나는 AWS에 갈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 목표에 도전하고, 잘되지 않는다면 그때 나는 다른 회사들을 생각해도 된다. 나를 받아줄 곳은, 그 시점에 반드시 있을테니까. 지금은 두려움보단 나의 능력을 믿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답이다. - 체력을 키우자.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 그래야 지속할 수 있다. - Griffith라는 여행 - 혼자서 Trader Joe를 갔다가 Los Angelas County Museum을 가려고 우버를 탔다. 내가 내린 곳엔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가 있었다. 여행은 이 맛이다. 우연히 만난 곳에서 이런 박물관을 보다니. 거기에서 기록을 정리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더 용기를 얻고 싶었고, 나는 Griffth로 향했다. 우버에서 만난 한국인 기사와 50분을 이야기를 했고, LA에 대해 알게 됐다. UCLA라는 좋은 학교에 대해서도. - Griffith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LA를 보았다. 해질녘 노을 속에서 눈부시게 아름답던 Griffith. 내 꿈이 저기 어딘가에서 떠오를 것만 같았다. 할 수 있다.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Harvard를 가겠다고 생각했다. UCLA도 좋다고 생각했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되고, 기술을 더 익혀서 나는 반드시 이직에 성공하고 언젠가 가족을 데리고 이곳에서 다시 살아볼 것이다. - Griffith에서 숙소까지 다시 걸어가던 길. 여행이었고, 길은 두려웠지만 나는 무사히 집까지 올 수 있었다. 언제나 나를 지배하는 건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내게 길을 열어주는 건 결국 용기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 24년 10월 26일(토) - Netflix와 만나다 - 돌아가는 마지막 일정에 Netflix 미팅이 있었다. 어떤 방문이 될까 겁도 났지만, 라운지에서 대기하면서 Jess가 왔을 때부터 일이 잘 풀렸다. 친절한 얼굴을 한 Jess, 그리고 내 영어가 술술 나왔다. 내 일행 중엔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았고, 또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만 영어로 대화하는 방문객이었고, 나만 그들의 설명을 이해했다. - 물론 다 알아듣지 못했고, 어떤 부분에선 준비가 부족한 나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뻘쭘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래, 생각보다 잘하고 있었다. 이게 돈이 오가야 하는 비즈니스 미팅이었다면 당연히 더 잘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그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나는 해나가야 한다. 그게 내 실력이고, 능력이 될 것이다. - 넷플릭스의 세계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기술을 만나면서 가슴이 설렜고 이걸 내가 눈으로 본 이상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 그래 그게 가장 중요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더 좋은 인생을 살 것이다. - UCLA로 떠난 진짜 이유 - 굳이 UCLA로 비싼 우버 왕복을 해가면서 간 이유는, 뇌였다. 이 목표를 평생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네가 가게 될 학교다, 너의 아이들이 가게 될 학교다. 그걸 각인시키고 싶었다. 변화는 반드시 발생한다. 내가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꿈을 꾸지 못한다. 하지만 이걸 경험했기 때문에 평생 남아 있을 것이다. 좋다. - UCLA에서 젊은 기운을 느낀 것도 좋았다. 학교 다니던 때도 생각났다. UCLA Store에서 주호와 주아에게 줄 옷을 샀다. 그게 기분이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여서, 아이들에게 내 꿈을 주입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그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것을. 내가 군인이 되길 바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 - UCLA 방문이 내게 준 이 경험과 깨우침은 평생이다. ##### 24년 10월 27일(일) - 부산으로, 집으로 돌아오다 -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본 하늘은 장엄하고 멋졌다. 새벽 6시 무렵의 하늘은 낮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거기서 나는 가족이 보고 싶었다. 주호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랐다. 그럴려면 내가 무엇을 해줘야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체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 체력이 있어야 가족을 지킨다는 것을 또 느끼면서, 체력이 있어야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내려왔다. - 주호가 나를 안아주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안겨 있지만 더 안고 싶어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얼마나 감동이 컸는지 모른다. 사랑해 주호야. 보고 싶었어 아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