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리뷰 ##### 24년 11월 25일(월) - 출근과 워크숍 - 2주의 출산휴가 끝에 출근을 했다. 워크숍이 있었는데 나는 부잡하게 흘러가는 이 회의를 보면서 퇴사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 회사를 가야 AWS 이직을 떠올리게 된다. 신기하다. 나는 여기에서 성장하지 못한다. 이미 다 커버렸다. 작은 회사다. 떠나자. - 던스스웨덴 - 한나는 던스 직구를 아침 7시부터 하자고 했고, 나는 살짝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걸 함께 해줬다. 결과적으론 실패였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돈이 많다면, 150달러 기준으로 부과되는 관세를 걱정하지 않고 되는대로 다 시켜줄 것이다. 한나가 그걸로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하면서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주고 싶다. - 또 던스를 사러 스웨덴 스톡홀롬으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24년 11월 26일(화) - 화이팅 하자 -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한나도 나도 너무 힘든 상태였다. 주호가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둘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에 주호 밥을 만들면서 한나에게 화이팅을 하자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 이 모습이 주호 때 100일을 카운팅 하던 우리의 모습과 겹쳐서 떠올랐다. - 매운 음식들이 자꾸만 먹고 싶다 - 치승이형과 점심에 백덕장에서 코다리찜을 먹었고, 저녁엔 한나와 닭발을 먹었다. 이상하게 매운게 자꾸만 먹고 싶다. ##### 24년 11월 27일(수) - 목표가 보이지 않아 자꾸 길을 잃는다 - 아침에 출근했을 때, 익숙하게 옵시디안을 열었다. 그런데 하루를 어떻게, 무엇으로 시작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서 막막함을 느꼈다. 목표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 방황하지 않기 위해 목표에 대해서 다시 점검하고 생각해봤다. 눈에 보이지 않아 잃어버리는 거다. 이걸 계속해서 떠오르게 만드는 것만드로도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왜 목표를 눈에 보이게 했었는지를 기억해야 했다. - 현승 선배의 이직 계획 - 현승 선배은 민화 라는 분이 제안해준 일이 있었다. 이직에 대해 고민을 진지하게 해본 모양이었다. 나는 좋은 기회라고 꼭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요즘 정책개발팀에서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2년 안에 현승 선배도 좋은 이직 결과가 있길 응원해본다. - 한나와 다툼 - 주호가 자지 않았고, 한나는 배가 아팠고 감정적으로 터져버렸다. 내게 짜증 가득 섞인 문자를 보냈고, 나는 마음이 아팠고, 그래서 화를 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서로 긴 문자로 싸웠고, 시간이 조금 지나 나는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힘들어 하고 있을, 그래서 울고 있을 한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집에서 눈물로 재회를 했고, 한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변화를 만들어볼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좋은 자식 교육은 나에 대한 교육,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감정 조절을 위해선 긍정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고. ##### 24년 11월 28일(목) - 부서 성과평가 자료 - 하루 종일 부서성과평가 자료를 작성했다. 집중해서 쓰지만, 고민이 많아서 진도가 생각보다 나가지 못했다. - 팀장과 커피를 마셨고, 휴직 이야기를 했다.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했다. 승부다. 이제 진짜 승부다. - 이윤지, 정지원과의 점심 - 좋은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남을 배려하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주아 출산을 축하해줘서 고맙다고 내가 밥을 샀다. 대화도 즐거웠고, 식사도 즐거웠고, 또 멋진 뷰에서 먹어서 기분도 새로워지고 좋았다. 기억에 남는 점심이 되었으리라. - 훈육을 배우다 - 클래스 101에서 뇌과학자 엄마가 훈육에 대해서 설명하는 걸 배웠다. 훈육은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훈육은 다그치고, 혼내는 게 아니다. 아이가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되는 거다. 한나에게 이 이야기를 공유해줬다. 너무 좋은 배움이었다. - 한나가 변하다 - 한나가 어제 나와 이야기를 나눈 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해줬다. 고마웠다. 우선은 오늘 주호가 오래 잤고, 그때 자기도 잘 수 있었기 때문에 컨디션이 괜찮았다고 했다. 또 내가 한 말이 맞다고, 자기가 긍정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마웠다. 잘 될 거야 한나야. ##### 24년 11월 29일(금) - 초집중의 상태 - 부서 성과평가를 작성했다. 거의 하루 반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엄청난 집중상태를 유지해서 작성했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정말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가 올라올 것 같았다. - 성과평가를 다 쓰고 난 뒤에 몰입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는데, 그때 나는 내가 쓴 이 보고서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누군가가 내게 정말 잘했다고, 대단하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는 걸 캐치했다. 인정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이런식이라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잘 컨트롤 했다. ##### 24년 11월 30일(토) - 주호랑 미용실 - 며칠 동안 나는 긴 머리로 지내느라 답답했다. 머리를 자르지 못하니 일상이 어지러진 기분이었다. 집에서 어제는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주호까지 데리고 미용실을 갔다. 미용실을 나서기 위해 마음을 먹는 것부터 모든 게 다 도전이고 용기였다. - 기본값이 작동하고 있는 걸 느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내 욕망을 이해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서 보면 별 거 아닐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갔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겁도 많아진다. 그냥 가면 끝이다. 주호는 머리 자르기를 실패했지만, 나는 주호를 데리고 미용실 가기에 성공했다. ##### 24년 12월 1일(일) - 주호에게 미안한 하루 - 아침부터 주호랑 어떤 걸 하면서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일요일이었던 이 날, 나는 이룬 게 하나도 없다. 그저 된장찌개를 했을 뿐이고, 한나를 대신해 주아까지 케어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고, 점심을 먹고 나서 주호를 데리고 나갈 수 있었는데도 주아를 안고 잠이 들었을 뿐이다. - 1시부터 6시까지 나갔다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3시 정도가 될 무렵, 어차피 나가면 한시간 뿐인데, 라는 합리화가 시작되면서 결국 포기했다. 주호한테 미안한 건, 하루 종일 똑같은 공간에서 성장도 없이 시간을 보내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함 때문이다. - 반성을 하자면, 다음부터는 아침에 바로 일어나서 샤워부터 하고 주호와 주아를 케어할 마음을 하자. 씻고 나갈 준비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여야, 주호를 데리고 나갈 수 있다. 또 집에서 보낸 하루는 그저 변화가 없는 하루, 삭제되는 하루라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