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을 잘하려면 집중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집중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도 생각해보세요. 집중력이라는 거, 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다만 내가 지금 집중할 마음이 없을 뿐, 마음 먹고 집중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그런 자만심이 들지 않으시나요? 막상 마음먹고 자리에 앉아 뭘 해보려고 하면 왜 이렇게 귀찮은지, 또 딴생각은 왜 이렇게 많이 드는지. 자리에 앉은지 1분도 안 돼서 스마트폰을 열고 카카오톡을 확인해봅니다. 인스타를 봅니다. 그러면서도 생각하죠. 내가 아직 마음을 안 먹은 거다. 집중력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저 이야기는 사실 제 이야기였습니다. 학창시절 전교 1, 2등을 다툴만큼 공부를 잘했던 저는 집중력이 남다르게 좋았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언제부터인가 집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 만사가 귀찮았습니다. 집중을 한다는 게 따분하기도 하고, 게임이나 넷플릭스처럼 강한 자극이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러면서 늘 변명을 했죠. 마음만 먹으면.. 지금의 저는 어떨까요? 집중력이 몹시 높아진 상태로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8시간의 업무 시간 중에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지도 않습니다. 나누더라도 일을 거의 마쳤을 때 잠깐 합니다. 오전이든 오후든 근무를 시작하면 화장실을 가는 두세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잠깐 계단 운동을 할 뿐입니다. 이 정도 집중력이면 회사 일을 어느 정도로 처리할 것 같나요? 중요하고 복잡한 일도 거의 반나절이면 해결합니다. 저는 보고서를 쓰는 것에 굉장히 자신감이 있습니다. 제게 보고서를 쓰는 일은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입니다. 과연 집중력이 증발했던 제가 어떻게 다시 이렇게 고도의 집중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이 글을 통해서 제가 집중력을 다시 되찾은 과정과 방법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술 때문에 집중력을 잃어버린 줄 알았다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회사 초년생일 때 술자리를 자주 다녔습니다.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자리였거든요. 다음 날 숙취를 견디며 자리에 앉아 버틸 때는 힘들지만 묘한 쾌감도 있었습니다. 어제 술자리의 즐거웠던 여운이 남아있기도 하고, 이런 힘든 상황을 함께 견디고 있을 선배들과의 전우애 같은 게 있었거든요. 이렇게 술자리를 다니며 회사생활을 할 때 저는 반나절은 숙취를 견디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술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반대급부로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술자리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 여전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은 채 딴생각에 빠지고, 딴짓만 하는 저를 보면서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술이 문제가 아니었던 걸까? 아니야, 아니야! 그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집중할 수 있지! 내가 왕년에 공부좀 했잖아? 합리화를 해봤지만 마음을 먹는다는 게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코로나임에도 이런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다시 술자리를 찾았습니다. 저녁 10시까지 타임어택을 하듯 술자리를 달리고 집으로 돌아와 또 술을 마시고 잤습니다. 다음 날이면 숙취가 찾아왔고 집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왜 집중력을 잃어버렸는지, 이게 집중력을 잃어버린 진짜 이유인지 고민해볼 이유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넷플릭스와 인스타에 몰입하는 내 모습이 집중력인 줄 알았다 불금을 보내고 숙취로 시작하는 토요일이었습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해장을 위해 배민을 시켰습니다. 음식이 오기 전까지 리모컨을 켜고 넷플릭스로 재밌는 걸 찾아봤습니다. 이거다! 액션! 좋아! 그렇게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음식이 왔고, 잠깐 영화를 정지시켜놓고 상을 가져와 음식을 놓고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눈은 쉴새 없이 음식과 티비를 오갔습니다. 영화가 끝나지 않았는데 음식을 다 먹으면, 잠깐 상을 옆으로 미뤄놓고 넷플릭스를 끝까지 봤습니다. 영화 한편이 다 끝나고 바로 다음 추천이 떴습니다. 상을 치우고 올까, 생각하다 아직 숙취가 남아 있어 귀찮아졌습니다. 그대로 재생을 눌러 다음 영화를 이어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다 잠깐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눈을 뜨면 영화는 이미 흘러갔고 저는 티비를 끈 채 인스타를 열어봤습니다. 사람들의 소식을 잠깐 보다가 릴스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팔이 저리고 팔목이 아파왔습니다. 그때서야 3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집중력. 역시 저는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중력을 안써서 그렇지, 집중력이 살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팝콘처럼 뇌가 튀겨진 듯 언어를 잃어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함께 대화를 하는데 단어가 자꾸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자꾸만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방이 하는 말 중에 어떤 특정 키워드들이 나오면 거기로 바로 생각이 흘러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흐름을 끊고 그 생각을 말하는데, 다시 단어가 생각이 안나는 것이었습니다. "쟤 왜 저러냐?"라고 선배들이 말했습니다. 저는 "아 왜이러지"하고 말았지만, 이런 상황이 며칠 동안 지속됐습니다. 뭔가 대화를 할 때 진중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고, 생각이 릴스처럼 너무 휙휙 지나가버렸습니다. 자극이 있는 키워드를 접하면 그쪽으로 생각이 바로 흐르는 것 같았고, 그 생각을 말하려고 하면 언어가 떠오르지 않는 그런 증상이었습니다. 저는 좌절했습니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 고등학교 시절 내 집중력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아니 그 집중력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도대체, 지금 나 왜 이러는 걸까?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팝콘 브레인]]이라는 재밌는 현상이 저에게 나타난 것 같았습니다. 강렬한 자극에 뇌가 팝콘처럼 튀겨지듯 반응하는 것이었습니다. #### 디지털과 알콜 디톡스를 결심하다 저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디지털과 알콜 디톡스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은 술이었습니다. 술이라는 강한 자극을 받고 난 뒤, 다음 날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강한 자극인 넷플릭스와 인스타를 선택한 것입니다. 거기에 강한 조미료를 써서 집 앞으로 편하게 배달해주는 배달의 민족 음식까지. 지금 저에겐 자극이 너무도 손쉽게 들어오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고요하고 정적인 상태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집중력이란 고요하고 정적인 상태일텐데, 이런 강한 자극이 들어오는 상태에서는 절대로 집중하는 상태를 만들 수 없을 게 분명했습니다. 저는 운동을 시작하고, 술을 끊고,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을 지웠습니다. 대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도 디지털 디톡스와 관련된 책을 찾던 중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지금껏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다고 믿었던 집중력이 사실은 저도 모르게 도둑맞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미디어 기업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윤을 취하는지, 그 이윤을 위해 어떤 알고리즘을 개발해 우리는 플랫폼에 묶어두는지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려는 의도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의도가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집중력이 자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집중력은 우리에게 시간 다음으로 소중한 자원이다 시간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이야기하겠습니다. 집중력은 시간 다음으로 정말 중요한 자원입니다. 물리적인 조건으로서 시간이 있어야 우리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삶이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집중력을 모두 빼앗긴 채 살고 있다면 그 삶은 무의미합니다. 이제 저는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을 넘어서 제 일상에서 집중력을 빼앗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고요한 순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과연 집중력을 빼앗는 것들이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집중력을 빼앗은 것들을 없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