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휴일에 출근을 했다. 이번 주에 주호가 퇴원을 해야 해서 평일 출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지금 나는 생각 정리를 하고 있다. 분명 나에게 이런 시간이 소중하다. 집에서는 혼자 있을 때 이게 잘 되지 않는다. 요즘 특히 그렇다.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식단을 하지 않아서일까? 목표는 다시 안개처럼 흩어졌다. 나는 왜 또 방황하고 있을까. 술에 취하고 싶은 순간이 더 늘어난다. 도피하고 싶어 영화를 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쉽다. 내 인생이 너무 아쉽다. 영화를 보지 않아야 한다. 도피하지 않아야 한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을 쓰자.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 나는 몰입의 순간에 있다. 살아 있다고 느낀다. 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강력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이렇게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이렇게 조용히 몰입해 있는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고요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삶이 어수선하다고 느껴질 때, 이것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난 할 수 있다. 시놀로지에 기록을 해나가자.
2.
주호가 아팠다. 가와사키병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병이었다. 발병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면역체계가 어떤 병원체와 반응하여 과잉으로 활성화되는 증상이라고 한다. 열이 나고 발진이 난다. 감기 같아 보이는데 5일 동안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항생제도 들지 않는다. 치료의 골든 타임이 5일차인데, 주호는 다행히 골든 타임에 발견했다. 한나가 양산부산대 병원에서 진료를 해보자고 해서 가능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호흡기바이러스 검사를 전부 해봤지만 아무런 이상 반응이 없었다. 가와사키 병으로 진단 받고 나서 심장초음파도 했다. 이 과정을 덤덤하게 써나가지만 조금 힘들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주호를 앉은 채로 계속해서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응급실에서 나는 포르말린 냄새, 비명을 지르던 아이들의 울음소리, 그 와중에 주호는 잘 버텼다. 150일 밖에 안 되었지만 너무도 의젓했다. 자랑스러운 아들, 넌 이미 어른이다. 그렇게 말해주었다.
3.
공부가 중요하다,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했던 내가 부끄럽다. 주호에게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건 공부도, 진로도 아니다. 건강이다. 주호를 어떻게 사랑해줄까, 어떻게 건강하게 키울까 이것을 고민하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닫는다. 주호가 이렇게 아프니 우리 모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모든 신경이 주호에게 가 있었다. 한나도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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