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다솜. 가장 먼저 차로 왔다. 어색하지 않게 서로 이야기를 했다. 조심스러움이 없지 않았지만, 다솜도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 다솜은 호주에서 섬머 스쿨을 다녔다고 했다. 호주 영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나는 내 아이가 호주에서 생겨서 주호라고 했다고. 이 설명에 다들 놀랐다. 다솜에게 내가 살짝 말실수? 느낌이 있었다. 재무팀에 제2의 다솜이 생겨나겠는데요? 라는 말이었는데,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다. 기분 나쁘지 않게 설명을 했다. 아차차. 다솜은 커피를 샀다. Liz라는 엘리자베스의 줄임말로 이름을 썼다. 스타벅스에서 알게 됐다. 커피를 내가 사려고 했는데, 사이렌 오더로 주문을 했다. 거기서 언니의 느낌. 그리고, 이런 매너 정도가 있다는 것에 나도 오호 했다. 메일이 왔다. 댈님 이라고. 시간이 후딱 가서 아쉽다고. 그런 표현이 진심이든 아니든 고마웠다. 아, 다솜은 묻지 않는 이야기는 먼저 하지 않는다. 입이 무겁다. 플라잉 요가를 한달 했었다. 자세가 잘못돼서 멍이 많이 들었다고. 두들겨 맞은 것처럼.
정은지. 확실히 대화의 리딩을 잘한다. 질문을 적재적소에 던지는 포인트가 있다. 무슨 업무를 맡았냐고 묻는 질문을 은지가 했을 때, 오 좋은데 싶었다. 그 이후에도 대화에서 공백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건 은지였다. 민지가 할 것 같은데 은지가 그런 노력을 하는 게 신기하고 또 좋았다. 마틸다 느낌인데, 그 칭찬을 못해줬다. 중국어를 한국에서 배웠다고 했다. 나도 같다고 말했다. 곧 베이징에 간다고. 처음 가는 거라고 했다. 영구 팀장님이 피피티를 만들어서 팀 업무 보고회를 하자고 했다고 했다. 그게 부담이었다고. 결과보고도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구 팀장님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그 자리를 만든 것 같았다고 느꼈단다. 은지의 앞으로의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 팀장과 잘 맞을지 궁금하다.
심민지. 제주도를 자주 간다. 게하를 저번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했었는데, 내가 그걸 꺼냈을 때 그게 민지라는 걸 다솜이랑 은지가 말해줘서 알았다. 그런데, 민지는 내게 말해놓고 까먹는 것 같다. 신입 염탐하러 가요, 라고 말했던 걸 까먹고, 내가 염탐 어땠는지 물어보자 네? 하는 것. 그러니까 쉽게 많은 이야기를 내게 하지만, 그걸 내가 기억해서 말하면 내가 이런 것까지 하고 놀랄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 대화에선 이건 자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민지에겐 일단 배려가 몸에 베어 있다. 그리고 된장찌게를 같이 먹었는데, 그런 점에서도 털털하다는 거. 그런데 더 친해질 구석이 많다. 요가를 여전히 하고 있다. 정신이 없는 일상인데 요가하면서 그게 가라 앉는다고. 오늘도 간다고. 일주일에 세번 간다고 했다.
이윤우. 질문을 주로 하는데, 요가 이야기에서 리액션을 뚜렷하게 잘 못해줬다. 주제 잘못 잡음. 여행 이야기로 흘러갔을 땐, 살짝 나도 현타가 왔다. 지금 할 이야기가 여행인가.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어떤 대화를 할 것인지 뚜렷하게 생각하지 않고 왔구나. 주제를 그래도 몇개 정하고 와서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바빴다. 정신이 없었다. 아쉽다. 그래서 다시 시도해봐야 한다. 다음엔 좀 재밌는 이야기도 준비해야겠다. 자격증 딴 이야기를 자랑했다. 아이 때문에 미라클 모닝을 강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영어를 한국에서만 공부한다는 이야기. 졌잘싸 느낌으로 회사 일을 하게 됐다는 유머. 그리고, 점심 즐거웠고, 다음에 광안리에서 돈까스 먹자는 애프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