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보낸 문자
내가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말을 좀 해야겠어.
1. 장모님 앞에서 나한테 그런식으로 말하는 건 아니야.
나는 내 회사 일정에서 대부분을 가족에게 맞추고 있고, 그게 너한테는 당연해보여도 나는 회사 눈치를 봐.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그 덕분에 나는 일반 회사원들보다 더 휴가나 외출을 자유롭게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회사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넌 알아야 돼.
장모님 앞에서 내가 2시에 나오면 어쩌자는 거냐는 식으로 말하고, 장모님도 덩달아 눈치보게 만들고, 너무 지금 너 위주로 기분 생각해서 말하는데, 불편해.
2. 아침에 부정적인 말 하지 말라는 거 기억해줘.
지금 나 회사에 올라가지도 않고, 주차장에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기분이 진짜 너무 안 좋고, 하루를 다 망친 기분이거든 벌써? 부정적인 에너지, 아침부터 그렇게 하지 말라고 내가 몇번을 말해? 회사 일을 올라가서 해야 하고, 사람들한테 나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야 할텐데, 지금 그럴 감정, 그럴 기분이 전혀 안 되거든?
진짜 좋은 감정만, 좋은 에너지만 내려고 노력하자고 좀.
나한테도 계산이 있었어. 지금 이번주도 그렇고, 다음주에 출산하면 일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그렇고. 오늘 오후에 내가 나온다고 했을 때도 오전엔 사람들이랑 어떤 대화를 해야겠다. 팀장이랑 어떤 업무 조정을 결정지어야겠다 등등. 이런 계산을 하고 아침에 눈을 떴다고. 너의 그 배려없는 말, 그런 에너지 때문에 지금 다 망친 기분이야.
3. 나한테 관심이 있니?
진짜 나는 너랑 대화할 준비가 늘 되어 있는데,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너는 너무 예민해져서 내가 한국에서 어떤지 물어볼 틈도 주지 않더라? 목소리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거야? 나 짜증나고 예민하니까 건들지 말라는 식으로?
내가 진짜 더 충격적인건, 한국에 돌아온 나한테, 미국 이야기를 하나도 묻지 않는 너의 태도야. 나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다는 걸로 나는 이해하고 있어. 내가 어떻든, 무슨 생각을 하든 너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너의 상태에만 관심을 갖고, 내가 거기에 이등병처럼 충성을 하길 바라는 모양인데, 나를 그럴 마음 없어.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상태가 완전히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
지금 너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든, 설명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여기에 니가 어때서 이랬고, 내가 뭘 잘못했다는 식으로 또 말하면서 그래서 결국 니잘못이야, 날 예민하게 만든 건.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가는 진짜 나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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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한테 온 답장
너한테 오늘 2시에 나오면 어쩌고 했던건 너가 갑자기 즉흥적으로 오늘어때? 하길래 시간이 갑자기 되나 싶어서 그럴거면 오늘 일을 다 봐야겠다 생각해서 한거였어.
너도 계획이 있고 조급하겟지만 당사자인 나는. 너보단 그래도 더 신경쓸게 많고 조급하지 않겟어? 분명 어제 저녁에 얘기한건 너가 건강검진 얘기까지 하면서 수요일날 휴가를 써서 다 하자 이런식으로 말을 하길래 그래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얘기를 하니깐 난 전부 다해야겠단 생각이 드니깐. 너한테 두시에 오는건 좀 그러지 않냐고 한건데 너입장에선 너는 배려한다고 하는건데 무시하는거 같아서 기분이 나빴을수 있겠네. 그부분은 미안하네
난 내 수술 날짜, 담당의도 정해진 상태가 아니니까 지금 머리가 아프고
주호 콧물이랑 기침 계속하니깐 소아과도 가야하고
제왕절개 준비물이 많아져서 그런 부품들도 준비해야하고 내가지금 출산가방이며 뭐며 아무것도 준비한게 없잖아. 당장 다음주라고 하면 너가 쉴때 그래도 주호를 온전히 케어해주는 사람이 있을때 맘놓고 하고 싶은데 솔직히 엄마는 물론 케어를 해주는 부분이 있지만 너처럼 아니기 때문에 할수가 없어서 너가 쉬는날 하려고 했던거야. 그리고 보건소에서 어제부터 자꾸 전화가 와서 보건소도 가야한다는 생각에 솔직히 조급해. 그리고 나도 사람인데 수술생각 전혀 안하다가 수술 해야한다고 하니 무섭고 겁나고 두려워. 내탓이 아니고 그 누구탓도 아닌데 이게 괜히 내탓같고 돈들이며 시간들이며 서울까지 가서 어터케든 해보고 싶어서 했던게 결국은 안되니 긍정적으로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끊임없이 하지만 난 지금 너무 괴로운 상태야. 솔직히 나의 이 마음들은 그 누구도 이해할수 없을거라 생각해.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것들이지만.. 난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난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든상태야.
너도 힘들겟지 미국출장에 회사에 자리를 많이 비워 해야할일도 산더미고 출산문제에 이것저것 머리가 아플건데. 미안해 사실 너의 괴로움도다 지금 내괴로움이 더 웃건인가봐.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어. 아니 하긴 하지만 너에게 직접적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건 사실이야 너도 사람인데 내 힘든감정 이해해주지만 너무 내가 그렇게 나오면 힘들거같아
그부분은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게.
너의 미국생활. 그리고 앞으로 어터케 할건지 나도 당연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지..
근데 있지.. 나진짜 겉으론 멀쩡해보이고 할순 잇지만
나 너무 여유가 없고 내지금 상태가 그렇게 좋진 않은거 같아. 그냥 지친일상에 주호가 너랑있을땐 글쎄.. 너무 편하다고 하지만 난 .. 사실 너무 힘들거든?.. 괜히 더 떼쓰는거 같고 잠도 잘안자고 내체력의 한계가 와서 주호한테 화내고 그러고 또 미안해하고 이런것들이 너무 힘들어.. 그간 몇년간 임신 출산을 반복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적이 솔직히 없잖아. 내생각을 정리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고 그러니 나도 뭔가 계속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이 쌓여만 가고 해소가 안되니 너무 버거워..
엄마지만 나도 여자고 지금 임신상태라 이런 감정들이 컨트롤이 잘안돼. 나도 나름 노력한다고 하는데 금새 폭발하는 감정들을 내가 어터케 할수가 없겟어.
그리고 엄마가 있으니 대화가 더 안되는것도 있어..
너랑 티격하는것도 보여주고 싫고 하니 너나나나 더 참고 하는거 같아 감정들이 더 쌓이는거 같다.
주말에 엄마가면 너의감정 나의감정 솔직하게 말하는 시간을 갖도록해보자.
너도 많이 지치지. 그래도 내마음을 가장 알아주는건 너라고 생각하는데.. 내입장에선 그냥 너는 돈벌러 일하는건데 어쨋든 집에서의 해방?이라고 생각이 들었나봐. 그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난 주호 두고 혼자 나가는 1분이라도 그게 나름의 해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생각하는거같아. 미국출장도 그렇고 친구들 만난다고 하는것도 그렇고 난 그냥 상자속에 갇혀있는거 같은데 넌 언제든 상자속을 나갈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거 같아.
너도 나랑 비슷할건데..
내가 한 적어도 두달간은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어..
주호때문에도 있지만 정말 발에 쥐가나서 뻗치는 느낌이 갑자기 들어서 갑자기 일어나서풀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싶고. 불면증도 있는거같고
그리고 숨을 못쉴거같아서 잠을 제대로 자본기억이 없어. 그러니 더 지치고 예민해지는 거 같아.
나도 조금의 숨쉴구멍이 있으면 여유가 생길텐데
지금은 그여유가 조금 없네..
주동이 낳으면 그 여유를 조금씩 다시 찾을수 있을거야. 난그렇게 믿고싶고 그렇게 되게 하려고 해..
무튼. 아침부터 기분을 상하게 해서 미안하고
근데 난 너의 회사생활. 그런걸 무시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아 오늘 너가 두시에 나올수 잇구나. 그럼 나올수 있는건가? 그럼 오늘 일을 한번에 다 봐야겟다 하는 생각에 그렇게 얘기한거니 기분 상햇다면 조금은 풀렸음 좋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