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련했던 내 20대 영어 공부여 영어를 몇 십 년째 공부하는데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기분이다. 심지어 대학 때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여전히 영어가 두렵다. 요즘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생기면서 나는 영어공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먼저 반성부터 이야기해보자. 나는 대학 때 영어공부를 한 적이 없다. 영어로 된 교재를 통해 숙제만 했을 뿐이다. 레포트를 내기 위해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을 때도 있었지만 번역본을 더 많이 찾아봤다. 영어가 모자랐지만 그 영어실력을 늘리는 방법을 몰랐다. 아니, 고민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렇게 번역본과 비교해서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4학년이 될 때는 영어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순진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때 했던 그 모든 영어공부는 전부 읽기였다. 쓰기, 말하기, 듣기 이 모든 것을 나는 대학 내내 하지 않았다. 오로지 읽기만 하고 가끔씩 주어지는 발표 시간에 영어로 된 ppt를 만들었을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나는 내가 영어영문학과라는 이유로 영어를 그래도 남들보단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나는 영어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좋은 학교에 영어영문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학교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던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놀았다는 이유로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서, 아니 자만심에 빠져서 살았던 거다. 그걸 인정한 게 내 나이 서른여섯이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 아니, 다시 말해보자. 나는 영어를 못했다. ### 새로운 영어 공부 방법을 시작하다 서른여섯,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그리고 내가 영어를 잘해야 된다는 목표가 생겼을 때부터 나는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더 체계적으로 영어공부를 바라보게 됐다. 나에겐 리딩이라는 인풋만 존재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아웃풋이다. 말을 하고 싶다. 말을 잘하고 싶다.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이 아웃풋 역시 인풋에서 시작한다. 그 인풋은 리딩이 아니다. 말하기에 필요한 인풋은 말하기를 위한 인풋이어야 한다. 말을 할 때 쓰는 영어는 구동사다. 쉽게 쓰는 일반적인 동사의 전치사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쉬운 표현으로 말하고 싶은 복잡한 표현들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약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이것이 영어공부를 하는 진짜 방법이다. 영어 실력을 늘리는 방법이다. 구동사 책을 보기 시작했다.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내 상황과 다른 표현들은 쉽게 외워지지 않았다. 더 자연스러워지고 싶다. 이 구동사를 외워도 내 생각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을 했다. ### AI와 자동화로 방법을 찾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이 약점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나는 AI와 메이크를 활용한 영어공부방법을 개발하게 됐다. 우선 한국어로 하루의 일기를 말로 녹음한다. 길게 녹음하지 않아야 한다. 짧게 녹음해야 한다. 그 표현들은 구어체여야 한다. 이 한글 녹음 파일이 오픈 AI의 위스퍼를 통해서 텍스트로 바뀐다. 그러고 나면 이 텍스트는 챗GPT로 영어로 번역이 된다. 그렇게 번역된 결과물을 다시 챗GPT로 구어체로 바꾸고 다시 한번 시나리오 작가라는 역할을 가진 챗GPT가 이 일기를 미국 현지인들이 쓰는 일상적인 언어로 바꾼다. 그리고 내가 배워야 할 구동사 표현들을 정리해준다. 이 결과물은 다시 두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나는 노션에 저장돼서 내가 언제든 텍스트로 이 일기를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루트는 이 영어 파일이 음성으로 녹음되게 만든다. AI가 이 영어 텍스트를 음성으로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내게 읽어준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음성 역시 인풋으로 넣는다. 듣기가 인풋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다시 외우는 과정에서 인풋이 생기고 그것을 따라하는 과정에서 아웃풋이 조금씩 생긴다. 이 모든 과정은 메이크를 통해서 작동한다. 나는 녹음만 해서 올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 내가 공부해야 할 텍스트와 음성 파일이 한 번에 만들어지고 나는 틈만 나면 시간을 내서 이것들을 공부하고 아웃풋을 연습한다. 이 워크플로우가 없다고 생각을 해보자. 나와 가장 가까운 표현을 영어로 만들 수도 없고 영어 듣기도 공부할 수가 없다. 나와 동떨어진 텍스트, 나와 맥락이 전혀 다른 텍스트를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고 암기를 해야 한다. 그것으로 아웃풋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나는 나와 가장 관련이 있는 텍스트를 가지고 인풋을 만들고 듣기 파일로 인풋을 또 한 번 만든다. 그것으로 아웃풋을 연습하게 된다. 기억이 더 오래 보존될 수밖에 없다. 강력하다. 이런 워크플로우를 만들어서 나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구동사 책을 다시 읽어 보려고 한다. ### 지속적인 반복과 영어 공부에 대한 새로운 관점 내가 영어 공부에 대해서 갖게 된 새로운 관점이 있다. 영어 공부는 근력운동이다. 절대로 완성되는 법이 없다. 운동은 하지 않으면 근력은 사라진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루하다. 하지만 매일 반복해야 한다. 근력처럼 키우려면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영어 공부가 그렇다. 조금 늘었다고 혹은 늘지 않았다고 일희일비 할 게 아니다. 그저 이 과정을 즐기고 조바심 내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만이 진정한 영어 실력을 늘리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