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를 씻기다 문득 옛날 기억과 마주쳤다.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사랑했을까? 나는 물놀이를 하며 나를 쳐다보는 주호를 보고 웃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안산으로 갔다. 둘째 작은아버지가 안산에 살았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사촌 누나들 사이에서 난 어색했다. 아버지는 저녁에 작은아버지랑 술을 마셨다. 말다툼이 있었다. 자고 있었던 나를 깨웠다. 나가자고 했다.
아버지의 차를 타고 우리는 밤길을 달렸다. 그때는 사람이 술에 취한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하던 나이였다. 아버지는 운전을 했고 우리가 탄 트럭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때문에 눈이 부셨다. 30분쯤 지났을까? 우리는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헤드라이트가 반대 차선에 있는 차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같은 차선에서 차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무서웠다. 우리 차만 거꾸로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비상등을 켰다. 갓길로 빠져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눈을 떴을 때 우리는 버려진 수영장 주차장에 있었다. 아버지는 잠을 자고 있었다. 잠에서 깬 나는 아침이 하얗게 밝아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술 냄새가 나는 아버지의 트럭에서 억지로 잠을 더 청했다. 두려웠지만 두렵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내게 미안했을 거다. 창피했을 거다. 아버지가 이 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는 이제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질문만 있고 대답은 없는 이 물음을 나는 던져보는 거다. 아버지도 나를 이렇게 사랑했을까 하고.